"봉사도 중독"... 햄 볶아서 행복한 대전 서부경찰서 윤용제 경위
"봉사도 중독"... 햄 볶아서 행복한 대전 서부경찰서 윤용제 경위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2] 곰두리 자원봉사단 '볶음조' 윤용제 경위
  • 김성현 기자
  • 승인 2018.11.12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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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 다양한 이슈의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매일 한 명씩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해드리는 이 시리즈를 통해 사회와 이웃에 대한 관심과 소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곰두리 자원봉사단 '볶음 조' 윤용제 경위(56)

[충남일보 김성현 기자] 지난 11일 아침 8시 대전역 동광장. 무료급식을 준비하는 봉사단체 회원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남자가 있었다. 커다란 덩치에 솥뚜껑 같은 손. 그에 비해 아기자기한 앞치마를 두른 푸근한 인상의 남자. 주변 동료들 사이에서 '봉사 곰', '성실 곰', '볶음 곰'이라고 불리는 이 남자의 정체는 대전 서부경찰서 윤용제(56) 경위다. 봉사단체에서 윤 경위의 포지션은 볶음 조. 그가 볶음 곰이라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곰이라는 별명에 비해 그의 손놀림은 날렵하고 섬세하다. 10년간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제가 볶고 데운 음식을 어르신, 노숙인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는 것에 중독됐네요. 어찌 보면 봉사도 중독이네요"라고 말하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보이는 행복을 전하는 '곰' 윤 경위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유독 눈에 띄는데 자기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곰두리 자원봉사단 '볶음조'에서 일하고 있는 윤용제입니다. 열심히 음식을 볶고 데우는 게 제 임무입니다. 주중에는 경찰로 일하고 있어요. 현재 서부경찰서 청문감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전에는 중부서 경제팀에서 강력수사를 담당했습니다.

-어떻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정확히 몇 년도인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중부서에서 근무했을 때였어요. 사기로 피해를 당한 노숙자가 있어 대전역을 돌며 그 분을 찾던 중 그들의 생활을 보게 됐어요. 관리해주는 사람도 없고 힘들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도와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마침 대전역에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는 '곰두리 자원봉사단' 이라는 단체가 있어 가입하고 봉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한다고 들었는데 힘들진 않나요?
 
힘들지 않아요 전혀. 다만 매주 속상함이 늘고 있어요. 매주 오시던 분이 안 오셔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어느 분은 돌아가셨다고 하고, 또 어느 분은 크게 다치셔서 못 나오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소식을 들으면 너무 안타깝죠. 더 챙겨드릴 걸, 더욱 신경 쓸 걸.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10년 동안 꾸준히 봉사활동을 할 수 있나요?
 
중독 같아요. 노숙인이나 어르신들이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면 행복해요. 매주 그 행복을 느끼기 위해, 그분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고 싶어서 하다 보니 벌써 10년 동안 하게 된 것 같네요. 봉사활동도 어찌 보면 중독이네요.

-곰두리 봉사단을 소개와 어려운 점 등을 말씀해주세요
 
곰두리 봉사단은 2005년에 시작됐어요. 주로 주부, 직장인들이 참여해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매주 단체에서 조금씩 지원을 받고 있지만 터무니없이 모자라서 회원들끼리 회비를 내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어요. 그만큼 다들 봉사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라서 봉사에 대한 열정은 최고라고 할 수 있죠. 곰두리 봉사단을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봉사에 열정적인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됐어요. 안타까워 도와주고 싶지만 제 능력의 한계로 아쉬웠던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죠.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자고. 현재 사회복지에 대한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있고 퇴직 후에는 관련 일을 하고 싶어요. 물론 봉사활동에도 더욱 힘쓸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변에 외롭고 힘든 어르신도 많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노숙인도 많아요. 많은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또 대전시나 구에서 좀 더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정책을 많이 펼쳤으면 좋겠어요. 이들이 잠시만이라도 따뜻한 밥을 먹고 따뜻한 관심을 받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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