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사법농단, 법치주의 열망하는 국민을 실망케 했다
[충남시론] 사법농단, 법치주의 열망하는 국민을 실망케 했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9.01.23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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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권력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에서 사법농단은  법치주의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때문에 사법농단은 ‘공정한 법규범 하에서의 자율적인 삶과 경쟁’을 통해 번영을 꾀하는 자유주의의 근본이념에 치명상을 가한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사법농단은 있었으나 최근의 사법농단과는 달랐다.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경우 대통령의 의중에 어긋나는 판결을 내리는 것은 판사의 직위는 물론 자신의 목숨까지 내놔야 하는 무모한 행위다.

지금의 사법농단은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독재정권 시대에 비해 사법부의 위상과 독립성이 크게 강화되어 대통령과 권력자들이 재판을 왜곡시킬 개연성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발생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갈등과 마찰을 해결하고 사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법제화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사법부의 역할이 급격히 증대된다. 정치세력들이 정치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에 떠넘기는 현상이 적잖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양승태 대법원행정처 사법농단 의혹의 진실이 밝혀진다면 법원이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져버리고 입헌민주주체제의 제도적 근간인 삼권분립을 스스로 허물어버린 셈이니 민주화 이후 사법전통에 치욕스런 오점을 남길 수 밖에 없다.

정권에 유리한 판결을 내려주는 대가로 대법원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밀거래, 법원 지도부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감시·관리하는 법원관료주의의 병폐, 치밀하게 계산된 악의적인 소송 지연 등, 일부 정치화된 판사들의 사법권력 행사는 법의 이름을 빙자한 폭력 행사와 다를 바 없다.

사법농단은 어떤 식으로든 발본색원되어야 할 적폐중의 적폐다. 왜냐하면 그것은 판사와 법원의 권위는 물론, 입헌민주주의 법질서의 정당성을 치명적으로 훼손함으로써 우리사회를 폭력과 야만의 시대로 후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로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에 수사를 받는 등 법관들이 법정에 서고 있다. 심지어는 국회의원까지 ‘재판 청탁’ 의혹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런 사태는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국회의원 권한을 남용한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엄중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이 국회파견 판사를 불러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선처를 부탁한 것은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국기 문란이다.

국회의원의 요구대로 벌금형으로 마무리됐다. 사법부가 독립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일로 국회 파견 법관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삼권분립이 분명치 않던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인 판·검사 파견 제도는 폐지되는 게 마땅하다.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훼손하고, 권위를 실추시키지 않으려면 법원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논란이 된 국회 파견 판사를 없애기로 했으나, 문제가 된 자리를 계속 두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아닌가. 대법원장의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바닥에 떨어진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초유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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