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원의 유적지를 되살리자”
“대조원의 유적지를 되살리자”
한 기업인이 불태운 집념, 결실 문턱서 표류
  • 이강부 기자
  • 승인 2007.03.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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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 대조원 원형 훼손… 즉시 공사 중단해야”

신도시 개발에 밀려 사라져가는 고향마을을 되살려보겠다는 한 중소기업인의 끈질긴 집념이 대망의 결실을 눈앞에 두고 표류하고 있다.
이중희(76·범성화학대표·사진)씨가 장재리 마을 역사 복원운동을 벌이고 나선 것은 7년 전으로 주공이 아파트건설계획을 발표하던 그 해부터 시작해 대조원의 복원을 위해 집념을 보여 왔다.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 1구, 천안 아산 고속전철역과 장항선 철길이 내려다보이는 안태봉 남쪽의 삼태미 처럼 좌우 산자락에 둘러 싸여있는 마을 한복판에는 400년 된 조선버드나무가 하늘을 빽빽이 가리고 서있다.
이 마을에 개발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0년 11월로 주택공사가 온천관광지인 온양천안 간 경전철 부설계획이 발표되면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주거지 시설 확충계획의 일환으로 아파트단지 조성사업에 나섰다.
따라서 그 동안 부지매입과 토지보상을 마친 주공은 2만여 평 대지위에 70여 가구 주택들을 모두 헐어버리고 마을은 지금 폐허처럼 텅 비어있다.
이 씨가 역사 복원운동에 나설 그때만 해도 마을에 주민이 살고 있었으며 이 마을에 나서 자란 이 씨는 하루아침에 정든 고향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말을 듣고 그 길로 고향으로 내려가 마을사람들을 붙잡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이 마을의 심볼 마크인 보호수처럼 수 백년 역사를 지닌 장재리의 역사와 자취를 되살리기 위해서 우선 얼마간의 용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주공에 제출할 건의서에 마을 주민들의 서명을 받으려 했으나 보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모두들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그 중에도 특히 젊은이들은 자신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라며 건의서를 들고 다니는 이 씨를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 정도였다.
이때부터 이 씨는 주민설득을 포기한 채 혼자서 건의서를 들고 시공회사인 주공을 비롯한 문화재 관리청, 충남도, 아산시 등을 드나들면서 이른바 로비를 했다.
그 옛날 대조원(大棗院)이라는 역원의 소재지였으며 현재도 교통의 요지인 장재리와 관련한 고금의 교통자료와 그 학문적 뒷받침을 얻기 위해 전문 학자들도 찾아다니며 그 동안 이 씨가 길에 뿌린 돈만 해도 족히 수 천 만원은 될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 같은 이 씨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주공으로부터 1500평에 이르는 공원 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고 공원 옆에는 현장에서 발굴해낸 유물을 보관할 전시관을 세우기로 언질까지 받아냈다.
한편 지난해 봄부터 충청문화재연구원 주관으로 시작된 발굴에서는 상고시대의 화살촉에서부터 고려시대의 기와조각 조선시대의 주춧돌에 이르기까지 전시대에 걸친 유물 수 십 종이 발굴됐으며 오는 9월말까지 1차 발굴이 끝나는 대로 평가회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 씨는 “주공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작 발굴을 해야할 지역은 외면하고 오히려 원형을 훼손하고 있으며 이는 대조원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계획된 조사로 즉시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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