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경자년은 흰 쥐의 해다. 쥐는 십이지(十二支) 중 첫 번째 동물이다. 십이지에서 다산과 다복, 재물, 풍요를 의미한다. 옛적 다산은 재물과 풍요의 동의어였다.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는 노동력이 곧 부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뭇 쥐 가운데서 최고는 흰 쥐다. 흰 쥐는 지혜로워 사물의 본질을 꿰뚫고 생존 적응력까지 뛰어나다고 전해 내려 온다. 경자년 흰 쥐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 부여는 새 해를 맞는 설레임과 기대감, 요샛말로 뭔가 좋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묻어 있다.
시계추를 지난해로 되돌리면 대형 이슈와 사건이 끊이지 않았던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였다. 잦아드는 듯했던 북핵 위기가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로 다시 고조됐고 위안부 문제와 수출 규제 등을 놓고 한·일 관계까지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한반도가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국내적으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체를 갈라놓는 ‘메가톤급’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정치권은 1년 내내 선거법 등의 패스트 트랙(신속처리 안건) 문제를 놓고 극한 대치를 거듭했다. 경기 화성 일대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검거를 비롯해 헝가리 유람선 참사, 버닝썬 사태 등 각종 사건 사고로 얼룩졌고 민생 체감 경제는 ‘흐림’이었다.
‘교수신문’은 2019년을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서로가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한다는 메시지는 작금 세태의 이기적임과 어리석음에 대한 ‘경종’으로 다가 왔다.
경자년 새해의 앞날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4월 총선이 실시되는 정치 분야를 비롯해 외교, 안보, 경제, 사회개혁 등 어느 분야 한 곳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격변의 시점이다. 이런 난제들을 극복하고 국민들의 삶에 어떻게 투영되고 긍정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 지 관심사다. 경자년 새해는 지난해의 그 것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일이다. 힘의 논리와 진영 논리, 이분법적 사고의 도가니에 갇혔던 것은 아닌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새해는 공명지조의 우매함을 되풀이 하지 않고 소통과 타협, 상식과 상생의 노력이 작동되는 그런 한 해이기를 기대한다. 내년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경자년만 같아라”는 말들이 필부필부(匹夫匹婦)에게도 회자될 정도로 냉철한 지혜와 풍요로움이 가득한 국운 번창을 간구(懇求)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