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19를 피하려고 애쓰는 것만큼 
[기고] 코로나 19를 피하려고 애쓰는 것만큼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 이승주 기자
  • 승인 2020.03.10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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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누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인류의 문명사와 전염병의 역사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윌리엄 맥닐은 ‘전염병의 세계사’에서 중국 문명의 발달, 로마 제국의 멸망, 유럽 문명의 아메리카 대륙 정복, 산업 혁명 등 인류사에 선명하게 각인된 현상들이 어떤 식으로든 전염병과 연관이 있음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전염병 중에서도 19세기에 유행한 콜레라는 14세기에 유행했던 페스트보다는 덜 하지만 유럽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전염병입니다. 

본래 인도의 갠지스 강 유역의 풍토병이었던 콜레라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우리나라에서도 대 여섯 차례 유행했었습니다. 호열랄(虎列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콜레라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두려웠던지 ‘호랑이가 맹렬하게 할퀴듯이 아프다’는 뜻의 호열자(虎列刺)병이라고 불러지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1886년에 발병한 콜레라는 두 달 동안 한양에서만 6천 명 이상이 사망했고, 1895년에는 한양과 그 인근지역에서 5천 명이 사망했습니다. 급기야 대한제국 정부에서는 ‘호열랄병예방규칙’을 발표하고, 의사이자 선교사였고 당시 제중원 원장이었던 올리버 에비슨을 콜레라 방역의 책임자로 임명했습니다. 에비슨은 한양 각 지역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콜레라 예방 벽보를 붙였습니다.  

“호열랄병은 귀신이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호열랄병은 미균(黴菌)이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벌레가 일으킵니다. 조심하면 호열랄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음식물을 완전히 익혀서 미균을 죽이고 음식이 다시 오염되기 전에 먹는 것입니다. 부지불식간에 병균과 접촉하게 되니 손과 입을 철저히 씻으십시오.”

당시는 모든 질병이 귀신에 의한 것이라고 믿어서 천연두 귀신, 홍역 귀신을 달래기 위해 굿을 하고, 콜레라가 쥐 귀신 때문이라고 믿어서 대문에 고양이 그림을 붙여놓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에 에비슨과 같은 선교사들의 의료사역은 수많은 콜레라 환자들의 생명을 건졌습니다.

콜레라가 지나가고 12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 19라는 신종 전염병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전염되는 것이 두려워 사람 만나는 것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상한 운동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방역당국에서는 집단 모임이나 종교 집회조차도 갖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기독교인들도 서로 조심하고, 코로나 19로부터 속히 벗어나도록 방역 당국의 방침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기독교인들은 이번 신종 전염병의 공포 속에서도 대한제국 시절 콜레라가 창궐할 때에 기독교에 귀의한 어느 여인의 고백처럼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안에 돌아다니는 마귀가 콜레라균보다 더 두려운 존재라는 것을 압니다. 나는 우리가 콜레라를 피하려고 애썼던 것만큼 죄를 피하려고 성실히 노력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코로나 19를 피하려고 애쓰는 것만큼 마귀의 유혹과 죄를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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