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우리 모두 잠시 흥분을 가라앉힙시다
[제언] 우리 모두 잠시 흥분을 가라앉힙시다
  • 충남일보
  • 승인 2008.07.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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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이 관내·외 문제로 불만이 있을 때 관에서 모두 물러가는 것을 권당(捲堂)이라 했다.
권(捲)은 거두다는 뜻이다. 성균관을 비워버린다고 해서 공관(空館)이라고도 했다.
오늘날의 데모나 시위와 비슷한 성격으로 송나라 때 시작돼 조선에도 세종 때 처음으로 발생했다.
유교사상을 하늘처럼 신봉하던 조선시대 세종말년에 세종이 궐내에 내불당(內佛堂)을 설치하려 하자 성균관 문에 “이단(異端)이 바야흐로 번성하니 오도(吾道-유학)가 장차 쇠하겠구나”라고 써놓고 성균관을 비워버렸다.
인자하기 그지없던 세종도 대노(大怒)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유교를 지키려는 청년들의 기개로 볼 수도 있었기 때문에 용서해 줬다.
그러나 권당이 이처럼 반드시 대의명분을 걸고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며 때로는 하극상을 하는 방편으로 또는 당파싸움에서 서로 다른 정적들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해 권당에 참여하거나 연루된 자들을 왕이 직접 국문해 중한 처벌을 하기도 했다.
사실 권당은 국왕의 힘이 강력했던 조선 초에는 별로 일어나지 않았으며 조선중기를 넘어가며 특히 당쟁이 격화되면서 권당하는 일도 잦아졌다. 임금의 권위가 그만큼 약해진 결과다.
현종 때는 성균관 유생의 학문하는 태도가 소홀하다고 꾸짖어도 권당을 하는 일까지 생겼다.
재위기간이 52년이나 되었던 영조 시절에도 권당이 많았으며 정조를 거쳐 고종 때까지 권당이 일어났다 하니 엄격한 신분사회인 조선시대에도 임금이나 권력 앞에 집단으로 항의하는 권당이라는 사건이 제법 활성화 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기까지 한다.
요즘 서울 광화문 일대가 시끄럽다. 사실은 광화문만 시끄러운게 아니라 나라가 시끄럽다. 나라밖도 시끄럽다.
경제가 궤도에 올라서며 올림픽이라는 전 지구적인 행사를 목전에 두고 있는 중국도 생계형 집단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멀리 아프리카에서는 짐바브웨라는 나라에 연립민주정부를 수립하라는 요구로 제법 시끄럽다.
다들 나름대로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주장도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주장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턴가 촛불이 대세가 됐다.
조선시대에도 임금에 대항해 집단행동을 했는데 지금처럼 고도화된 민주사회에서 집단으로 그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집단행동에 돌입한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자신들의 요구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이처럼 시끄럽고 경제가 어려운 때에 나부터라도 참아야지 하는 생각이 더 멋있지 않을까?
지금은 참을 때다. 지금은 흥분을 가라앉힐 때다. 모두가 어렵기 때문이다.
좀더 상황이 호전되면 그때 주장해도 늦지 않아 보인다. 조금은 손해 보는 심정으로 조금만 더 참아보자

/ 태안해양경찰서 경 감 정 맹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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