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언] 傷廉 傷惠 傷勇 (상염 상혜 상용)
[제 언] 傷廉 傷惠 傷勇 (상염 상혜 상용)
  • 충남일보
  • 승인 2008.09.0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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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실시되었던 연기군수재선거 당시 유권자들에게 돈을 뿌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최준섭 군수가 지난달 28일 군수직 사의를 표명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재선거를 치르느라 쓰여진 연기군 예산 3억원은 자신 명의의 조치원읍 소재 토지를 연기군에 기부함으로써 보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 군수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오는 10월 29일 연기군수보궐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결국 연기군은 2006년 5·31 지방선거와 지난해 12월19일 재선거에 이어 세번째 제4기 민선군수선거를 치르게 됐다.
우리는 그동안 돈 선거를 뿌리 뽑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금품, 음식물을 준 사람만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받은 사람에게도 50배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제도를 만들고, 위법행위 신고·제보를 한 사람에게는 최고 5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가 꽤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하고 안도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자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지난 해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경북 청도군수재선거에서 벌어진 돈 살포사태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충절의 고향이라고 자부하던 우리 충남지역에서도 암세포와 같이 돈 선거의 유혹은 자라나고 있었다.
그러면 보궐선거가 치러짐으로써 연기군민이 치러야 할 댓가는 얼마나 될까? 과연 최 군수가 연기군에 기부한 3억원으로 연기군민이 받은 경제적 기회비용이나 정신적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까? 제주대학교 강기춘 교수의 논문에서도 지적하듯이 올바른 지방자치단체장을 선택하지 못했을 경우에 지역주민이 치러야 할 비용은 추가적 예산집행이나 불명확한 예산집행에서 오는 낭비적 지출을 포함한 명시적비용 외에도 올바른 단체장을 선택하지 못해서 누리지 못하는 총체적 지역경쟁력의 강화라는 기회비용이다.
즉 행정조직을 활성화하거나 최신경영기법을 도입하여 행정에서의 생산성을 강화하고 조직원에 대한 재교육을 통하여 인적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등 실로 그 비용은 보이지는 않지만 선거비용 3억원을 능가하는 엄청난 것이라 하겠다.
또 연기군민의 상처난 자존심과 군민 전체를 휘감는 무력감과 불신감은 또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경북 청도에서는 몇 달 전 ‘공명선거 새마음 운동’ 점화식(點火式)까지 열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청도군 전체의 명예를 회복해 나가겠다는 다짐이 절절히 배어나는 행사였다.
최준섭 전 연기군수의 지난해 군수재선거시 돈살포사건의 1심 재판장은 지난 7월 21일 최 전 군수와 측근 오모씨에 대해 형량을 선고하면서 맹자(孟子) 이루(離婁) 하(下)편의 한 구절로 사건을 정리했다고 한다.
可以取(가이취)며 可以無取(가이무취)에 取(취)면 傷廉(상염)이오, 받을 만도 하고 받지 않을 만도 한데 받으면 청렴을 해치고,可以與(가이여)며 可以無與(가이무여)에 與(여)면 傷惠(상혜)오, 줄만도 하고 주지 않을 만도 한데 주면 은혜를 해치고, 可以死(가이사)며 可以無死(가이무사)에 死(사)면 傷勇(상용)이라. 죽을 만도 하고 죽지 않을 만도 한데 죽으면 용기를 해치느니라.
재판장은 이를 이번 사건에 대입하면서 연기군 주민들은 최 전 군수로부터 지지부탁과 함께 굳이 받지 않아도 될 돈을 받아 자신들의 청렴성을 해쳤고, 최 전 군수는 주민들에게 돈을 뿌림으로써 그 돈을 받은 주민들 상당수를 전과자로 전락시키고 결국 자신을 지지해 준 주민들의 은혜를 저버렸으며, 또 이번 사건을 자신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최 전 군수의 개입을 부인해온 오씨를 빗대어 혼자서 모든 짐을 지고 죽으려는 헛된 용기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부디 다가오는 10월 29일 실시되는 연기군수보궐선거에서는 상염 상혜 상용(傷廉 傷惠 傷勇)하지 않는 깨끗한 선거로 국토의 중심이 될 행복도시 세종의 중심터전으로써 뿐만 아니라 21세기 선진정치문화의 중심터전으로 거듭나서 상처받은 연기군민의 자존심 회복의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부여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김 종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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