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33
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33
이쉬타르 여신의 사랑(1)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4.10 1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레바논의 세 번째 도시 시돈에서 발견된 이쉬타르 여신의 모습. 오른쪽은 마차를 장식하는 상징물로 이쉬타르 여신이 조각되어 있다.
이제 두 번째로 언급하게 될 이쉬타르 여신의 사랑은 ‘길가메쉬 서사시’에서 잘 드러난다.
이쉬타르는 잘생긴 길가메쉬에게 “이리 오세요, 나의 남편이 되어주세요”라는 유혹에서 사랑의 화신임을 잘 드러내준다.
사랑의 여신에게는 잘생긴 남성이 필요하고 그가 쇠퇴하면 난쟁이나 개구리로 만들어 버리고 또 다른 파트너를 찾는 위험한 자격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길가메쉬가 이쉬타르 여신의 사랑을 거부했는지 모르지만, 여신에게는 사랑을 선택하고 벌주는 자격이 있음에 틀림없다.
다음에 인용하는 길가메쉬 서사시는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인 기원전 1800년 경에 완성된 12개의 토판 가운데 제6판의 내용으로 이쉬타르와 길가메쉬 그리고 그의 동료인 엔키두의 갈등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길가메쉬가 긴 머리채를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제왕의 의복과 장식 띠를 말 때, 이쉬타르는 그런 길가메쉬에게 끌려 남편이 되어달라고 유혹하는 내용이다.
“이리 오세요, 길가메쉬. 나의 남편이 되어주세요.
나에게 당신의 달콤함을 맛보게 해주세요.
당신은 내 남편이 되고, 나는 당신의 부인이 될 거예요.
당신을 위해 황금바퀴와 뿔 모양의 호박색 금장식이 달린, 청금석(래피즈 래줄리) 보석과 황금 마차를 준비할 거예요.
그 수레는 폭풍치는 산의 노새가 끌게 할 거예요! 삼나무 향기 그윽한 나의 집으로 오세요.
우리 집에 오면 문지방과 옥좌가 당신 발에 키스할거예요. 모든 왕과 지배자, 왕자들이 당신에게 허리를 굽힐 거예요.
산과 평원에서 따온 공물을 바칠 거예요. 당신의 암양은 쌍둥이를 낳고, 염소는 세쌍둥이를 낳을 거예요.
짐 실은 나귀는 노새를 따라잡을 거예요. 전차마(馬)는 아득히 멀리 빨리 달려나갈 거예요.
당신의 황소는 경쟁자가 없어질 거예요.
길가메쉬가 말하고 이쉬타르에게 대답했다네. “그대와 결혼하게 되면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
그대 몸에 향유나 옷이 필요하지 않을까? 음식이나 음료가 필요하지 않을까?
신에게 어울리는 음식을 기꺼이 그대에 줄 것이네. 왕비에게 어울리는 와인을 기꺼이 그대에 줄 것이네.
곡물창고에 담을 보리를 기꺼이 그대에게 줄 것이네. 그러나 그대가 내 아내가 되지는 않을 것이네.
자네의 남자는 추위에 검게 그을린 시장바닥에서, 바람과 폭풍을 막지 못하는 반쯤 열린 대문에서,
수비대가 무너진 성에서, 나무에서 송진을 따서 파는 노점상에서,
닳아빠진 물 담는 부대를 가진 짐꾼에게서, 난간이 무너진 벽돌집에서,
적군에게 무너진 성벽에서처럼 형편없는 곳에서,
그리고 닳아빠진 신발을 신은 자에게서 찾게나!
그대가 영원히 간직해야 할 남편은 어디에 있을까?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길가메쉬는 일반인보다 넘치는 에너지와 힘을 가진 반신반인적 존재인데, 그가 바빌론의 성벽도시 우룩크(성서에 에렉으로 등장한다)로 돌아와서 무시무시한 괴물을 살해하고 명성을 얻는다.
그는 싸움의 여정을 끝내고 깨끗한 옷을 갈아입는데, 무척이나 매력적인 길가메쉬를 보고 이쉬타르 여신이 사랑에 빠져 그에게 청혼하기에 이른다.
남편이 되면, 황금과 청금석으로 만든 전차도 주고 모든 왕들이 그 그에게 허리를 굽힐 것이며, 동물들이 쌍둥이, 세상둥이를 낳는 등 세상이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유혹하는 장면이다.
이처럼 그녀와 결혼하면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가 넝쿨째 굴러들어온다는데, 길가메쉬는 그녀의 청혼을 받아들였을까?
다음 회에 계속된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