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 日 時 論] 거꾸로 박힌 비늘 (逆鱗)
[忠 日 時 論] 거꾸로 박힌 비늘 (逆鱗)
  • 이강부 부국장
  • 승인 2009.07.21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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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박힌 비늘이란 뜻의 역린(逆鱗)은 원래 임금의 분노를 살 때 ‘역린을 건드렸다’고 말하며 요즘은 상대의 아픈 곳을 건드린다는 폭넓은 의미로 쓰이며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편에서 볼 수 있다.
용이라는 동물은 부드럽게 다스리면 타고 다닐 수 있으나 용의 목구멍 아래에는 직경 한자쯤 되는 거꾸로 박힌 비늘(逆鱗)이 있으며 만약 사람이 그 비늘을 건드리면 용은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군왕 중에서도 거꾸로 박힌 비늘을 가진 사람이 있다. 군왕을 설득하려는 자가 그 군왕의 거꾸로 박힌 비늘을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설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비자(韓非子)의 세난(說難)편은 군왕 설득의 어려움을 기술한 것으로 다음은 그 첫머리 구절은 설득의 어려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상대가 명예나 지조를 추구하는데 이익으로 설득하려 한다면 상대는 자신을 천하게 생각해 멀리할 것이며 상대가 이익을 추구하는데 명예나 지조로 설득하려 한다면 세상일에 어둡다고 간주해버릴 것이다.
또 상대가 속으론 이익을 도모하면서도 겉으로만 명예와 지조를 추구한다면 설사 명예와 지조로 설득한다 해도 겉으로만 받아들이지 속으로는 싫어하며 이익으로 설득한다 해도 속으로만 받아들이지 겉으로는 저버릴 것이다.
신문법과 방송법 등 미디어법 처리를 놓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가 이끄는 친 박계가 한나라당이 제출한 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내 놓으며 친 박계의 수정안이 얼마나 반영될지에 따라 상정 이후의 표결 처리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자유선진당이 제시한 수정안도 어느 정도 반영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한나라당이 제출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석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에 최소 148명 출석과 75명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의 친 이계와 친 박계 의원 수가 각각 8~90명과 5~60명으로 볼 때 한나라당은 친 박계의 동참을 이끌어 내지 못할 경우 표결처리에 들어간다 해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의 주장은 “한나라당이 언론 장악을 통해 정권 재창출을 하기 위한 것”으로 규명하고 상정을 막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간과하고 있는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당리당략에만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용의 목구멍 아래 거꾸로 박힌 비늘(逆鱗)을 건드리지 않고 군왕을 설득하려는 자가 그 군왕의 거꾸로 박힌 비늘을 건드리지 않고 미디어법과 관련한 사안을 설득할 인물이 결코 없는 것인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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