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언] 점심 길의 하이파이브
[제 언] 점심 길의 하이파이브
  • 논산보호관찰소 책임관 최 관 식
  • 승인 2009.07.21 1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루한 장마 속 마침 비 그친 틈을 타서 늘 시켜 먹던 점심메뉴 자장면을 탈피하고자 직원들과 식당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길 가던 조그만 교복소녀가 “선생님!” 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해왔다.
얼떨결에 맞장구를 치고 보니 안개(여·16·가명)였다.
“선생님! 저 00여중으로 전학했어요. 아빠도 저기 차 가져 와 기다리고 계세요.”라고 말하는 안개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과 미소가 가득하다.
“그랬구나. 축하한다.”라며 격려하고 돌아서는 나의 뇌리에는 안개와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부모가 “내 딸이 아니라.”며 “나에게는 연락을 하지 말라.”던 안개.
가출한 안개가 있을 곳이 없어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자 할머니에게 조차 딸을 받아주지 말라던 부모. 그 부모의 관심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비행을 일삼던 안개는 부모의 관심을 얻는데 실패하자 또 다시 비행의 수렁에 빠져들기를 반복하던 그 악순환… 참으로 돌파구는 없어 보이는 안개였다.
하지만 법원으로부터 지시 받은 사회봉사명령과 수강명령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반항과 돌출행동을 보임에도 그 행동은 고치기 위해 이야기 나누되 안개 자신만은 비난하지 않고 꾸준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보아주는 과정에서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을 겪고 있던 중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때까지도 전혀 안개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안개의 아버지가 논산보호관찰소에서 실시한 보호자교육에 참석한 뒤 안개에게 대한 태도가 변화된 것이다.
보호자 교육에 참석조차 거부하던 아버지였지만 같은 처지의 보호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하여 자식교육의 힘든 점에 대한 공감대도 만들어졌고, 자식이 잘못된 점도 있지만 그 자식을 바로잡기 위하여 부모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점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누고 알게 된 것이 아버지의 태도를 변화시켰던 것이다.
아울러 자녀의 행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게 된 아버지는 안개를 전학도 시키고 함께 살면서 사랑을 베풀기 시작하였다.
원하던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 안개는 드디어 생활태도의 변화도 보이게 되어 그렇게 밝은 모습으로, 예전에는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피해가던 보호관찰소 선생님에게 길거리에서 하이파이브를 할 정도까지 된 것이다.
청소년들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다. 그 사랑과 관심을 얻기 위한 행동이 가끔은 일탈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음을 우리 어른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청소년들의 행동특성에 대해 알고 있어야 혹시 보일지도 모르는 내 자녀의 이해 못할 행동도 안고 갈 수 있는 것이다.
안개가 또 다시 일탈행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주변 청소년들에 대해 우리 어른들이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줘야 할 또 하나의 증거를 오늘 나는 안개를 통하여 보았다.
이런 맛에 힘든 보호관찰활동도 사명감을 가지고 즐겁게 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짙은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한 줄기 햇살이 너무 감사하고 싱그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