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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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 마하바라타의 드라우파디 공주와 모욕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5.15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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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등장하는 드라우파디 공주의 모욕 장면. 판찰라 왕국의 드루파다 왕은 무예대회를 개최하고, 이 대회의 승자에게 자신의 딸 드루파디 공주를 시집보내기로 했다.
미인을 얻기 위해 사방에서 영웅들이 모여들었고, 당연히 카우라바 가문의 맏형 두료다나, 판다바 가문의 아르쥬나가 이 경연대회에 참가하였다.
승자는 판다바 가문의 셋째 아들 아르쥬나. 이 사건으로 사촌간인 카우라바 가와 판다바 가의 갈등은 깊어지게 되었다.
그림의 장면은 두료다나가 판다바 가문의 맏형 유디스티라와 내기 게임을 둔 끝에 승자가 되어 드라우파디 왕궁으로 끌고 와 옷을 벗기면서 모욕을 주는 장면이다.
드라우파디 공주는 마음 속으로 비슈누 신의 화신인 크리슈나를 외쳤고, 크리슈나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달려와 그녀에게 끝없이 사리를 덮어주는 장면. 카우라바의 형제들이 그녀의 사리를 풀고, 위에서는 크리슈나가 사리를 끝도 없이 덮어주는 장면이다.

기원전 10세기에 바라타족과 판두족간에 벌어진 전쟁을 토대로 형성된 인도의 서사시로 ‘마하바라타’가 있다.
‘바라타 족의 위대한 이야기’로 번역되는 이 서사시는 구전에 구전을 거듭하여 전체 18권 10만 송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서사시에 없는 것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늘날 인도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위대한 고전이다.
이 서사시에서 중심인물은 사촌형제 가문의 리더격인 두료다나와 유디스티라다.
두료다나는 신화 속에서 악을 상징하는 인물이며, 유디스티라는 선을 상징한다. 그리고 사촌 간에 권력을 놓고 쿠루 평원에서 18일간 전쟁을 벌인다.
이 전쟁 이야기 속에서 수많은 번민과 갈등, 고뇌가 담겨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오늘은 드라우파디 공주를 놓고 5형제의 판다바 가문과 100형제의 카우라바 가문이 벌이는 여성 모독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려고 한다.
판찰라 왕국을 다스리는 왕 드루파다는 공주 드라우파디의 신랑감을 구하기 위해 무예대회를 연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국왕은 거대한 경기장을 만들고 100개의 문을 세우고 각 문마다 황금으로 장식했으며, 경기장 안에는 단상이 설치되고 산호와 청금석으로 장식하였다.
무예대회가 가까워오자 각국의 왕들이 경기장으로 모여들었고 드루파다 왕도 행사를 주관하기 위해 행사장 한복판의 황금 의자에 앉았다.
이 무예대회에서의 승자는 공주의 남편이 되는 운명이었다. 예쁜 아내도 얻고 국왕의 사위가 되어 권력을 손에 쥔다면 그것처럼 남성들의 야망을 부추기는 일도 없을 터이다.
그러나 영웅들의 운명은 신에 의해 예정된 것.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두료다나와 아르쥬나 사이의 대결에서 최종적으로 우승한 아르쥬나였다.
그는 예쁜 공주를 얻어서 어머니 에게로 갔다. 그러나 형제간의 갈등을 우려한 어머니의 배려로 5형제가 드라우파디 공주의 공동 남편이 되게 하였다. 5형제를 한 여인을 공동의 배우자로 맞이한 것이다.
이 예쁜 여자를 얻는데 실패한 악의 화신 두료다나의 심사가 뒤틀렸을 것이란 예상은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사촌들에게 예쁜 아내를 뺏긴 것 말고도 자신의 지위를 넘보는 사촌들의 땅을 주사위 내기로 뺏을 결심을 한다.
판다바 5형제의 맏형 유디스티라가 대관식을 끝내고 있던 어느 날 악의 화신 두료다나는 숙부를 보내서 도박장을 신축했으니 유디스티라가 와서 감상도 하고 친선 놀이로 주사위 게임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인도의 크샤트리아 계급에게는 도전을 받으면 받아들이는 것이 계율이었다.
그는 사촌의 음모를 짐작하였으나 도전을 거부할 수는 없는 일, 유디스티라 일행은 카우라바 형제들이 있는 도시 하스티나푸라로 갔다.
시작부터 두료다나는 내기도박을 제안했다. 그러나 주사위 도박은 유디스티라의 연패로 끝났다.
처음에는 자신의 목걸이를 걸었으나 졌고, 여덟 마리의 말이 이끄는 전차, 궁정여인 10만명, 궁정 예술가를 차례로 걸었으나 역시 패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암소, 말, 양을 걸었고, 마지막에 자신의 왕국을 걸었다. 그것도 부족했던지 유디스티라는 자신의 아래 동생들 4명을 내기에 걸었다.
이 엄청난 결과에 유디스티라는 이성을 잃었던지 자신의 걸었다. 게임에 지면 노예가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아내 드라우파디 공주까지 내기에 걸었으나 지고 말았다.
드라우파디 공주의 운명은 이제 두료다나의 손에 넘겨졌다.
카우라바 형제들은 과거 무예대회에서 패배한 쓰라린 기억을 앙갚음하려는 듯이 드라우파디 공주를 도박장으로 끌고 오도록 명령했다.
“이제 그녀는 정숙한 여자가 아니다. 그녀가 벌거벗은 몸으로 이 대회장에 나타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녀는 앞으로 우리 카우라바에 예속된 신세이며, 우리의 명령에 복종해야 된다”
이렇게 말한 두료다나는 동생에게 다시 지시했다. “어째서 그녀의 옷을 벗기지 않는가? 판다바 형제들의 왕실복장도 모조리 벗겨라. 그들은 더 이상 왕족이 아니다”
판다바 형제들은 옷을 벗어 카우라바 형제들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두료다나의 동생 entiti나는 드라우파디 공주의 옷을 강제로 벗기기 시작했다.
공주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손으로 사리를 단단하게 붙잡았으나 억센 남자의 힘을 당할순은 없었다. 그녀를 구해줄 존재는 비슈누 신의 화신 크리슈나뿐이었다.
“오, 크리슈나여, 나를 이 고통에서 구해주소서! 이 사악한 대회장에서!”
멀리서 드라우파디 공주의 울부짓는 소리를 들은 크리슈나는 신비로운 힘으르 사용하여 도박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게 사리를 드라우파디 공주의 몸에 한없이 사리를 덮어주었다.
두샤샤나는 그녀의 사리를 풀어헤치기 시작했지만 끝도 없이 풀어져 나왔다. 놀란 카우라바 형제들은 힘껏 풀어헤쳐보았으나 드라우파디는 여전히 옷을 입은 채 그대로였다.
바닥에는 풀어헤친 그녀의 사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그녀의 허리를 감싼 사리를 그대로였다. 카우라바 형제들은 결국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사촌의 왕비를 욕보인 죄는 결국 18일간의 전쟁으로 18사단이 전멸하는 파국의 전조였다.
그 후 두 사촌은 권력을 놓고 치열한 전투에 들어갔고 한쪽이 전멸당하고서야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깃들었다. 친척과 혈족을 잃고 승리한 전쟁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서사시에서 두라우파디 공주의 성적인 모욕 장면은 권력을 놓고 다투는 갈등의 서곡이다.
사촌간의 갈등 한 가운데 그녀가 있었고, 무예대회에서부터 이들 간의 갈등은 예고된 것이었다.
그리고 신들은 다행스럽게도 이런 도덕률의 파괴현장을 다 겪은 뒤에 선이 승리하는 플롯을 설정해 놓았다. 선과 악, 도덕과 타락은 서로 대립적인 가치가 있기에 더 빛난다는 교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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