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만일 미국이 노동환경 기준 강화요구를 소위 진보적이고 보편적 가치에 따라 요구한 것이라면, 미국은 불균형적인 독소조항인 최혜국 대후, 지적 재산권, 역진방지 조항,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전면적 폐기와 개성공단 상품인정, 섬유시장 얀 포워드 폐기 등의 또 다른 보편적 가치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러한 독소조항 개정에 대해서는 차갑고 뻔뻔할 정도로 언급조차 않고 있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한국 국민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국 산업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실망시키는 것은 한국정부다. 김종훈 협상대표는 “힘들게 균형을 맞춰 타결한 협상에 대해 미국 측이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했다.
더 한심한 것은 누가 들어도 이러한 정부의 발언들은 노동ㆍ환경권의 최소화를 요구하는 재벌들의 이익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최대의 야심작 한미FTA를 파국으로 몰고가더라도 우리 재벌들의 경영권은 지키겠다는 해석만이 가능할 뿐이다.
정부가 한미FTA와 분리해서 협상해야 할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아니라, 바로 노동ㆍ환경권과 같은 민주주의 사안이다. 지금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는 불균형적인 한미FTA 협상을 균형된 시각에서 지키려하거나 재벌을 옹호하면서까지 노동ㆍ환경권의 실현을 막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든 말든, 당장 정부는 ‘독소조항’에 대한 전면 개정 재협상을 미 측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