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독립의 천사 광장 특설무대. 올해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에 참가한 각국 대표미녀 77명이 자국 전통의상쇼를 벌였다.
이날 이하늬의 한복은 미스코리아 한복의 고정관념을 허물었다. 꿩, 모란, 십장생 등을 수놓은 빨강 파랑 비단으로 만든 왕비의 대례복(翟衣) 차림이 아니었다. 두 팔을 수평으로 든 기존의 느릿느릿한 미스코리아의 정형은 없었다.
대신 이하늬는 어우동 또는 황진이 분위기로 화려하면서도 경쾌한 감각을 강조했다. 박스형 대례복이 감췄던 보디라인도 살렸다. TV드라마 황진이의 하지원(28)에게 한복을 지어준 디자이너 김혜순씨의 작품이다. 이하늬는 김씨의 한복 4벌을 챙겨 현지로 날아갔다.
김씨는 “미스코리아 한복을 확 바꿨다”고 인정하면서 “세계무대에서는 단아한 전통한복보다는 시각적으로 화려한 한복이 통한다”고 밝혔다. “오는 28일 밤 본선에서는 트레머리에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 또 다른 한복을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국제미인대회 전통의상은 퓨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미스재팬이 산적의 딸 혹은 잔 다크류 남장 여전사 인상을 풍기는 괴이한 옷으로 미스유니버스 전통의상상을 따냈다.
금년 후보 모리 리요(20)도 코스튬 플레이라도 벌이듯 비범한 패션을 선보였다. 일장기의 붉은 태양만 따내 국적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차용했다. 역사가 짧은 탓도 있지만, 미스USA는 아예 엘비스 플레슬리 복색으로 나섰을 지경이다.
미스코리아는 전통의상상 단골 수상자였다. 지난 2005년 미스어스 선발대회에서 최우수 전통의상상을 받은 2004 미스코리아 미 한국일보 유혜미(25)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스코리아는 과장된 조선의 왕비복식이었다. 한복디자이너 김희수씨의 이 왕비 옷들은 세계무대에서 통했다.
우아함 대신 섹시한 매력을 택한 올해 이하늬의 한복패션이 다인종 심사위원진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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