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되기는커녕 전에 비해 턱없이 낮아진 검역기준 역시 기업 형 축산을 주로 하는 미국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광우병 위험 통제국이 광우병 위험이 높아 통제해야 하는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그러나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광우병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이다. 통제국 지위가 확정되면 뼈까지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시장으로 밀려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5월 들어서 광우병이 발생한 캐나다에서 검역당국이 교차오염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돼지와 닭 등에게 소의 뼈와 내장으로 만든 사료를 먹일 뿐 아니라 이러한 동물을 이용해 제작한 사료를 다시 소에게 먹이고 있다. 명백한 위험에도 국제수역사무국이 설립목적과는 달리 다국적 축산기업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것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문제는 국민의 건강조차도 강대국과 다국적기업의 요구 앞에 내던져 버리는 정부의 처사이다. 우리국민 중 누가 목숨을 담보로라도 쇠고기 한 번 먹어보고 싶다고 사정했던가. 제 아무리 이해심이 넓은 사람이라도 ‘국민들에게 광우병 소고기라도 배 불리 먹이고 싶다’는 정부의 충심을 납득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제수역사무국, 미국, 한국정부가 공조를 통해 미국에게 광우병 위험 통제국 이상의 판결을 내린다 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 밥상에 오를 수 없다. 이미 한국국민들의 검역에는 통과불과 판결이 내려졌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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