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태 칼럼] 토론문화 부재가 국민들 탓이라니…
[김남태 칼럼] 토론문화 부재가 국민들 탓이라니…
  • 김남태 편집국장
  • 승인 2010.02.01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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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 추진과 관련 그동안 야심찬 돌격(?)을 감행한 정운찬 총리가 최근 잇달아 ‘(입법)안되면 원안추진’ 발언에 이어 ‘토론문화가 아쉽다’는 발언에 이르기까지 성숙한 우리 사회를 미성숙한 사회라 자인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을 갖는다.
기실 문제를 안고 시작한 것도 정부고 또 그런 문제를 풀지 못해 이처럼 탓을 하는 것도 정부라고 보면 이번 정 총리의 발언은 자기 잘못을 마치 국민에게 돌리려는 느낌이 적지않아 더더욱 씁쓸하다.
흔히들 이같은 무모한 도전으로 최악의 결과를 맛보는 것을 두고 자충수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자충수가 과정상의 오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에 적지않은 반목과 대립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 점이다.
뿐만 아니라 국론이 분열되고 내부 에너지를 이것으로 소모하는 동안 정작 중요한 다른 현안들을 돌아볼 시간을 빼앗겨 그만큼 큰 후유증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염려스럽다.
정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가진 세종시발전안 의미와 입법방향에 관한 토론회에 앞서 가진 축사에서 터져나온 말이다.
자축이라도 해야 할 자리이지만 그렇지 못한 자신의 일방적 신념에 대한 하소연이라면 측은하게 여겨질 수 있으련만 불행하게도 정책 최고책임자인 그가 이 자리에서 그같은 발언을 한 것을 듣는 국민들은 위안은 커냥 큰 실망감과 심한 자괴감이 앞섰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수준을 어떻게 보면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1일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발전안에 대한 성숙하고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임동규, 심재철 등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 공동주최로 열리는 세종시 발전안 의미와 입법방향 토론회에 앞서 미리 배포한 축사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정부가 마련한 새로운 세종시는 과거형 행정도시가 아니라 과학기술이 교육, 문화, 산업과 어우러진 21세기형 첨단 경제도시”라며 “대한민국이 50년, 100년 먹고 살 제3의 쌀을 생산하는 전초기지를 만드는게 결국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억제를 도모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수정추진하는 세종시의 내용대로라면 이 안도 결코 나쁘지는 않다.
국가균형발전의 다른 해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안이며 또한 충청권에 이처럼 선진화된 도시를 만드는 것도 결코 국가적으로나 충청지역을 위해서 나쁘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이번 수정을 추진하면서 그 많은 반대를 양산했고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여당내에서 조차 극심한 갈등을 불러 온 이유가 무엇인지 정부나 정 총리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상생을 외치며 상멸을 조장하는 그런 방법이나 공생과 번영을 얘기하면서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면서 추진된 이번 수정안이 뜻을 같이하지 못하는 상대를 더욱 단합하게 만든 요인을 여전히 그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원주민들의 소망과 바램의 진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정치와 통치행위에 있어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너무 과신한 것은 아닌지 바로 지금이라도 뒤돌아 되짚고 곱씹어 보아야 한다.
진서(晉書) 왕융전(王戎傳)에는 사람들이 버린 물건이나 무용지물을 비유한 도방고리(道傍苦李)란 고사가 실려 전해져 온다.
이 말은 길 옆의 쓴 자두나무라는 뜻으로 진 나라의 왕융(서기 234-305년)은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며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좋아하였다.
그는 유유자적하며 인생을 즐기고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러한 왕융이 일곱 살이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동네의 아이들과 놀다가 문득 길가의 자두나무에 가지가 휘어지게 많은 자두가 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은 그것을 따려고 앞다투어 그 나무로 달려갔으나 왕융만은 그 자리에 가만 있었다.
그때 길을 가던 어떤 사람이 왕융에게 물었다. 얘야, 너는 왜 따러가지 않고 서 있는 거냐?
왕융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무가 길 가에 있는데도 열매가 저렇게 많이 달려있다는 것은 틀림없이 써서 먹지 못하는 자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들이 그 자두를 따서 맛을 보니 과연 왕융의 말처럼 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용철 부산대교수는 “세종시 원안은 자족적 기능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도시공동화로 인한 도시기능 퇴화에 대한 보완장치가 부족하며 기본적인 도시인구유입을 통한 도시적정규모의 유지에 대한 사회자본 형성에 대한 설계가 미비하다”며 “행정중심의 원안만으로는 지역경제 발전과 국가균형발전의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총리가 서운해 한 토론의 부재나 모 교수의 편향에 가까운 수정정당성이 문제를 야기하는 것도 현존하는 합의된 원안의 문제가 분석되고 새 방향을 만들때 당위성과 함께 왜 수정안으로 가지 않으면 안되는지를 국민들의 동의를 통해 이해되는 과정을 정부가 무시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원안의 문제에 대한 보완필요에 대해 국민적 동의과정도 또 무엇으로 수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과정도 모두가 생략됐으며 정부주도적 일방적 방안을 통해 이를 홍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알리려 한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괘변을 변질된 것이 결코 충청민이나 이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은 지금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왕융의 예기처럼 길가에 주렁주렁 매달린 자두나무가 보기에는 좋아보여도 그 맛이 쓰기때문에 사람들이 따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금 우리 정부는 애써 달다고 홍보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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