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대흥동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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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고행의 길 문화예술 (71) 전업작가
  • 김우영 작가
  • 승인 2007.06.07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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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텔에서의 세미나의 발표는 계속이어지고 뒷 좌석에 앉은 다헌과 그류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고 있다. 다헌 시인이 말한다.
“꼭 우리들의 처지를 말하는 것 같군”
“그런네. 자알 들어보자구”
발표자의 말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문인들이라는 고급 두뇌집단은 돈이 없어 아예 펜을 놓고 바둑과 공원, 무전여행을 하는 딴전파가 있는가 하면, 현실에 대한 비분강개파 같은 문인들은 소주파티를 주택가 뒷골목이나 산, 강가 같은데서 자주 갖는 것이 어려운 경제난 시대를 맞은 우리 문인들의 현주소입니다”
“이러한 문인(전업작가)들의 세계에 지금 어려운 경제난을 맞아 빨간 경고 등이 켜졌습니다. 경제가 총체적으로 어려운 이때 각종 문예지와 잡지, 신문 매스미디어 세계가 생존의 갈림길에서 발버둥을 치기 때문입니다. 문인들이 기고한 원고에 대하여 그에 합당한 사례를 못하기 때문에 오로지 원고료가 밥줄인 이들에게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창작과 이에 대한 명예적 보상이 동시에는 이루어지는 원고료의 생명공급이 단절되었습니다. 이 때에 문인들이라는 고급 두뇌집단은 돈이 없어 아예 펜을 놓고 바둑과 공원, 무전여행을 하는 딴전파가 있는가 하면, 현실에 대한 비분강개파 같은 문인들은 소주파티를 주택가 뒷골목 이나 산, 강가 같은데서 자주 갖는 것이 어려운 경제난 시대를 맞은 우리 문인들의 현주소입니다”
“시인 아저씨, 뭘 그리 생각하세요? 이리 오세요”
조서를 다 마쳤는지 담당 순경은 두 사람을 데리고 대흥동파출소 뒷 편에 있는 유치장으로 데리고 간다. 보기만해도 무시무시한 철창문을 징그런 소리를 내며 열린다.
“꽈아앙--- ”
“여기서 잠시 있으면 본서 연행차량이 올거요. 그러면 그때 그 차를 타고 가 둔산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면 며칠 콩밥 먹을거요. 후- 후- 훗 -- 시인, 시인이라 … 주제에 …… ”
순경은 혼자 소리로 말하며 사무실 쪽으로 사라졌다.
다헌과 그류는 유치장 안 차디 찬 마루 바닥에 앉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심연에 빠졌다. 난생 처음 문인으로써 오늘처럼 갖은 수모와 창피를 겪는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유치장 위 쪽에 작게 난 창문으로 어느 이름 모를 새가 날아와 지저귀며 운다.
“구우-- 구우-- 구우 -- ”
마치 이들에 처량한 처지를 알아나 주듯 서글피 우는 소리가 유치장안에 또렷하게 들렸다. 그리고 이들의 가슴에도 비수와 같이 처연하게 꽂혔다.
갑자기 다헌 시인이 벌떡 일어나 읊조린다.
“그류 선생. 문득 예전에 돌아가신 정한모 시인의 ‘무량사에서’라는 싯귀가 생각이 나는구려”
“오, 그 시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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