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婦의 날 부부작가의 ‘가시버시’ 사랑 이야기
夫婦의 날 부부작가의 ‘가시버시’ 사랑 이야기
영등포역 플렛트 홈에서 총각 처녀를 태운 야간열차는 부부의 길로 이어지고…
  • 충남일보
  • 승인 2010.05.1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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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탱하게 약이 오른 고추바람이 옷 속을 헤집으며 불고 있었다.
지난 1983년 12월 서울 동대문 ‘영 커피 숍(young coffee shop)’국문학자 이숭녕 박사와 연세대학교 마광수 교수를 ‘한국 순례문학회 송년 문학의 밤’행사장에 초대했다.
윤동주 시인의 ‘문학성과 시대성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등의 주제토론과 회원들의 주옥같은 시 낭송으로 행사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그간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한달동안 준비를 하느라고 우리들은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르겠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행사 후의 허전함에 어디라도 훌쩍 떠나고 싶었다.
본디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먼 낯선 곳으로 가서 술이라도 한 잔 마시고 푹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지하철을 타고자 나의 발길은 승강장 쪽으로 시나브로 가고 있었다.
이때 집 방향이 마침 영등포 쪽이었던 회원 미스 김과 동행하게 됐다.

“부부의 길을 열어 준
그날 열차 위의 만남”

“어디 가세요?”
“예, 어디 훌쩍 여행을 다녀오려고요.”
“아, 그러세요. 멋있는데요!”
문득 여행은 혼자보다 옆에서 말벗이 한사람 있는 것도 괜찮다 싶어 미스 김한테 말을 걸었다.
“우리 사고 한 번 칠까요?”
“예……?”
“이곳 영등포역 플랫폼에 나가 어느 방면이든 제일 먼저 오는 남행열차를 타고 어디든지 가는 것 입니다”
“……?”
“뭐, 나 나쁜 사람 아니에요. 납치는 안 할 테니 갑시다. 그까이꺼……”
“……. 예, 괜찮을 듯싶네요.”
“맞아요, 하하하 가히 떠나는 자의 가방을 둘러맨 뒷 모습은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든가요!”
“호호호 플랫폼에서 마지막 열차를 놓친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아름답구요! 표현이 멋있어요.”
“그날 오후 미스 김과 함께 탄 열차가 훗날 우리들을 운명의 타래 줄로 묶어놓을 줄이야! 이때의 시간은 아마 오후 열시 전·후였으리라. 여행의 진미는 약간의 술과 간식거리가 아니던가. 역 구내에서 술과 오징어, 과자를 조금 사고는 열차에 올랐다”
야간열차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미스 김과 나는 열차의 중간에 자리를 잡고 나란히 앉았다.
호남선 행 열차는 깜깜한 중원평야를 달리고 있었다.
어차피 애초부터 목적지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어디를 가다가 발길이 머무는 곳에 내리거나 말거나 하는 식의 정처 없는 밤길 여행이었으니 부담이 없었다.
두사람은 술과 과자를 주고받으며 의자를 뒤로 젖혀 편안하게 앉았다.
마치 사랑하는 한쌍의 연인처럼 말이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호기심과 이성과 함께 라는 설렘이 주는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어정쩡했던 마음 한켠을 슬금슬금 이야기꽃을 피우며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12월 서울 영등포역에서 스무살의 문학청년 김우영과 문학소녀 김애경을 태운 야간열차는 마치 한편의 소설처럼 ‘부부의 길’로 레일 위를 달리고 있었다.
오는 21일은 제4회 ‘부부의 날’이다.
이날은 지난 2003년 12월 18일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청원한 ‘부부의 날’국가 기념일 제정이 지난 2004년 12월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시행하게 됐다.
이에따라 행정안전부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고쳐 부부의 날을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처럼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그러나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된 부부의 날은 법정공휴일은 아니다.
부부의 날 위원회는 지난 1995년부터 ‘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가정의 달인 이달에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해마다 5월 21일 ‘부부의 날’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부부의 날은 지난 1995년 5월 21일 세계최초로 우리나라 경남 창원에서 어느 목사 부부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써 기독교를 중심으로 기념일 제정운동이 전개됐다.
제정 목적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는 데 있다.
부부의 날은 핵가족시대의 가정의 핵심인 부부가 화목해야만 청소년문제·고령화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부부의 날 위원회’에서는 지역별 부부축제, 부부음악제 등을 열고 부부 사랑고백 나눔의 시간 등을 갖는다.
그밖에 영호남 부부, 장수 부부, 남북 부부, 국제 부부 등에 대한 시상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오는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다 같이 가정이 밝은 사회를 만들고 이 사회가 다시 국가부국을 이룬다고 볼 때 이 세상에서 가장이란 소단위 결합체 만큼 중요한 인적자원은 없다고 본다.
그래서 조선 중기 문신이며 동몽선습(童蒙先習)의 저자, 예조판서이자, 대학자로 유명한 박세무 선비는 이렇게 말했다.
“천지지간 만물지중 유인최고(天地之間 萬物之衆 唯人最高 하늘과 땅 사이에 살아있는 만물 중에 사람이 가장 귀하다)이니라!”

‘가시버시’ 란?

예전에는 남편과 아내, 즉 부부를 팍내, 한솔, ‘가시버시’라고 불렀다.
가시아내는 옛 사전을 보면 원래는 ‘갓’이다.
가시는 찌르는 것이고, 갓은 머리 위에 올라앉는 것이니 아내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래서 아내의 바가지를 가시 같다고 말한다.
가시아버지는 장인, 가시어머니는 장모를 가리킨다.
따라서 가싯집은 처가이다.
유부남(有婦男)은 핫아비, 유부녀(有夫女)는 핫어미라고 한다.
접두어 ‘핫-’에는 핫바지나 핫저고리에서처럼 ‘솜을 둬 만든 것’이며 ‘배우자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핫아비와 핫어미의 반대말은 홀아비와 홀어미다.
가시버시와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아요!
의붓아버지는 어머니가 다시 얻은 남편인데 다시 얻었다는 뜻에서 다시아비라고 하며 의붓어미는 다시어미이다.
후실이나 첩이 데리고 들어온 의붓자식을 덤받이라고도 하는데 덤받이 아들은 데림아들, 덤받이 딸은 데림딸이라고 한다.
첩은 토박이말로 고마나 시앗, 듣기 좋은 말로 작은마누라라고 한다.
아들 많은 집의 외딸을 고명딸이라고 한다.
고명은 음식의 모양을 좋게 하고자 음식 위에 뿌리거나 얹어 놓는 것인데 딸 많은 집의 외아들은 고명 노릇을 못하는지 고명아들이란 낱말은 없다.
딸내미나 딸따니는 어린 딸을 귀엽게 일컫는 말이다.
말머리아이는 혼인한 뒤에 곧 배어 낳은 아이, 요즘으로 치면 ‘허니문 베이비’를 가리킨다.
감정아이는 월경을 한번도 안 하고 밴 아이, 그러니까 처음 배란(排卵)된 난자가 수정이 돼 밴 아이를 뜻한다.
이를 보고 애가 애를 낳았다고 했다.

‘부부’ 란…

‘부부(夫婦)’란 남편과 아내, 아니면 우리 부부의 표현처럼 살과 마음을 맞대고 살며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살아가는 영원한 접인 (接人)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남 남끼리 어찌어찌해 만나 싫건 좋건 상관없이 애 낳고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 최고의 친구이자 지극한 웬수로까지 비교된다.
어제 싸웠다가도 다음 날 웃는 부부, 생전 안볼 듯 등을 돌리다가도 한마디 따스한 말에 웃으며 다가서는 인생의 동반자, 이 세상의 동무를 부부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아브레함’이라는 사회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수십년을 ‘부부학’에 대해 연구를 하고 공부를 했는데 부부론에 대해서는 박사학위가 없다”며 그 소회를 피력했다.
또 “알다가도 모르고, 모르다가도 아는 것이 부부라는 것을 알 뿐 지금 이 순간 나는 부부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따라서 나는 앞으로 부부로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부부라는 이름 아래 실려 나갈 뿐이다. 나는 부부로 함께 살아가면서 현장 박사학위를 취득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결혼은 남자에게는 에피소드이고 여자에게는 히스테리라고 한다.
또 결혼 전에는 서로 눈을 똑바로 떴을 테니 이제부터는 한 쪽 눈을 감고 사는 게 현명하다고 한다.
결혼은 어떤 상품의 와인을 마시고 맛이 좋다고 감격한 나머지 그 사나이가 와인의 양조장에 취직하러 가는 것과 같다.
김우영·김애경 작가는 문학이란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부부란 난로를 등에 지고 서 있는 사람과 같다고 한다.
너무 가까이 등을 기대고서면 등이 뜨겁고 난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등이 시리다는 것이다.
부부가 너무 등을 가까이 대면 서로 싸우기 쉬우며 너무 거리를 두면 안된다는 뜻이다.
아무리 다정한 부부나, 친한 친구라도 이쪽이 갖고 있는 신비한 어떤 내음은 간직하며 향기를 솔 솔 풍긴다는 것은 오래도록 가까이 할 수 있는 안전장치요, 사랑의 묘약인 것이다.
사람의 심리는 상대에게 뭔가 보일 듯 말 듯 하며 내풍기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야 끌리는 것이다.
너무 다 까보여 알 것 모를 것을 들여다 본다면 매력이 없어 보이는 법이니까 말이다.
적당이 알고 적당이 모르는 것, 이것이 사람 사는 이치 인 것을 알면서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것일까? 하고 자문한다.
권위 있는 어느 노 정치인은 말했다.
“나는 정치를 평생 한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싸우지 않고 부부로써 금실이 좋은 부부이다. 부부가 평생 살아가면서 부부싸움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시종일관 다정하게 금실 좋게 살기란 참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특히 존경하라면 마누라 여럿을 거느리고 사는 남자이다. 여자 하나 다루기도 힘든데 그 남자는 참으로 위대한 이 나라 최고의 정치 지도자이다. 나는 그사람 밑에 가서 인생의 도리와 부부의 참사랑을 한 수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사람의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만큼 여자 다루기도 힘들고 역시 남자 다루기도 힘들다는 얘기이다.
우리 부부도 20여년을 살면서 많이도 싸우고 많이도 화해를 했다.
살아가면서 정이 들고 살아가면서 미움도 든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미움보다는 살가운 정이 더 든다는 것을 느낀다.

간호사가 되어

부부는 노후에 간호사처럼 살아야한다.
젊어서 사랑, 중년기 친구, 노년기 간호사로 가시버시 사랑을 이어간다.
젊어서는 사랑으로 중년기에는 친구로, 노년기에는 서로의 간호사로 살아가야 할 것 이다.
서양의 철학자 ‘아부난드’는 “세월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자본금이다. 이 소중한 자본을 잘 이용한 사람에겐 승리가 온다”라고 말했다.
언제인가 결혼을 하지 않은 어떤 친구가 우리 부부에게 물었다.
“결혼은 해야 옳은가? 아니면 하지 말아야 옳은가?”
우리 부부는 서양의 철학자 소크라데스의 말을 인용해 답변을 했다.
“그럼 결혼은 해야지.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하게 되고 또 크라데스처럼 쿠산지페 같은 악처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수 있으니까!”
또 세기의 문명국 영국인들은 “인도는 내놔도 세익스피어는 내놓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세익스피어가 아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운 아내를 가진다는 것은 지옥이다”
‘셰익스피어’는 소크라데스의 악처 ‘쿠산지페’만 알았지 우리나라의 다정다감한 현모양처 ‘가시버시’를 몰라서 한 말 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은 오직 고결한 ‘사랑’뿐이다. 우리는 27년여를 고락을 같이 해왔으며 앞으로 더욱 긴 세월을 싸우고 웃어야할 부부이이며 여기 ‘부부시(夫婦詩)’를 ‘가시버시 사랑’이란 보재기에 싸서 행복의 메시지를 담아 해와 달의 기운으로 은쟁반에 받쳐 올린다.
부부작가 김우영·김애경


하나가 부족해 외로워이
둘이서 둘이라네

손이 아파 밥 못 할 젠
이 손이 밥지어 대신하고

발이 아파 밥 못 할 젠
이 몸이 업고서 걸어주고

사랑도 혼자사랑 못해
둘사랑 맞사랑이라네

-대한민국 중원땅 문인산방에서 부부 작가 나은 김우영·그루터기 김애경 쓰다.-

自詩 ‘부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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