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다
[데스크 칼럼]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다
  • 이강부 부국장
  • 승인 2007.06.12 1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라 한다.
이는 본바탕을 올바르게 정립시키지 않는다면 가르침을 펼 수가 없다는 뜻으로 논어 공야장 편에서 볼 수 있다.
어느 날 공자는 제자 재여(宰予)가 낮잠 자는 것을 보고 그를 꾸짖으며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 만든 담 장에는 흙 손질을 할 수 없는데 내 더 이상 너를 뭐라고 꾸짖겠느냐”고 말했다.
재여는 평소에도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자 공자는 “처음에 나는 사람을 대할 때 그 말만 듣고도 그 행실을 믿었으나 지금은 말을 들어도 그 행실을 직접 살피게 된 것은 바로 재여 때문에 이렇게 바꿨다”고 말했다.
정부는 FTA 등 국제화의 물결에 대비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시행하며 정부 정책의 지침을 각 지자체에 시달하는 등 기초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자치단체에서 실시된 RPC 승인을 위해 열린 심의위원회에 제시된 자료는 농림부 지침에 명시하고 있는 기준에 미달하도록 문서를 작성한 흔적이 발견되는 등 진정 농민을 위한 조치로 보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요식 행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행정을 하면서 담당자의 과오로 잘못 표기가 됐다면 응당 즉시 바로 잡아야 함에도 조직의 고위 간부가 바로 잡음을 막는다면 그는 분명 공복으로의 처세에 합당하지 못하며 지탄을 받아야 할 것이다.
또 행정의 연속성을 전제로 볼 때 전임자의 일이지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언행은 실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으로 고위 공직자의 덕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민원인에게 거침없이 내뱉은 상급 기관에 가서 행정 소송을 하라는 망언은 행정 기관이 누구를 위한 기관이며 공무원 조직이 누구를 위한 조직인지 더 나아가 누가 주인인지를 망각한 처사라 하겠다.
또 이러한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공 조직은 그야 말로 썩은 나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며 썩은 나무에 조각을 한들 제대로 조각이 될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자치단체장은 공직의 쇄신을 위한 부단한 노력과 썩은 부분은 도려내고 온전한 나무에 조각을 함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 시민을 위한 혁신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