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사회’가 공무원 맘대로는 아니길…
[기자수첩]‘공정사회’가 공무원 맘대로는 아니길…
  • 이규복 기자
  • 승인 2010.09.0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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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입만 열면 하는 말이 ‘공정한 사회 구현’이다. 하지만 정부의 행보를 보면 과연 ‘공정한 사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
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이 공개한 ‘2009 회계연도 교과부 결산심사’ 결과에 따르면 교과부는 2009년도 일반회계 예산 중 기초생활수급자 장학금 및 차상위자 장학금 예산 중 총 870억원(기초생활수급자 장학금 중 551억원, 차상위자 장학금 중 319억원)을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얻어 한국장학재단 출연금으로 전용했다.
ICL(취업 후 상환 학자금) 특별법안의 국회통과가 어려워지자 지난해 12월 28일 교과부는 한국장학재단의 채권발행한도를 높이기 위해 재정부에 예산 전용을 요청했고 같은 날 재정부로부터 요청을 승인 받았다.
반면 지난 1월 ICL 법안 통과 과정에서 약속됐던 저소득층 성적우수장학금 지급은 재정부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권 의원은 “‘여야가 합의한 만큼 장학금을 조속히 지급하라’는 서면 질문에 재정부가 ‘예산이 전용되는 두 사업이 내용상 별개이고 당해 연도 예산에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예산 전용(轉用)이 안돼 애초 약속한 올 2학기 저소득층 성적우수장학금(총 1000억원) 지급이 어렵다고 밝혀 온 재정부가 지난해에는 장학금 예산 870억원을 다른 사업 예산으로 전용하겠다는 교과부의 예산 전용 요청을 당일 곧바로 승인해 준 것이다.
이에 앞서 이달 초에는 유명환 외교부장관은 딸을 위해 채용규정까지 바꿔가며 ‘맞춤형’ 특채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 결국 스스로 사퇴했다.
지난달 8·8 개각인사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가히 ‘불법과 비리의 백화점’이라는 말과 ‘쓰레기 개각’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져 나왔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고위 공직자들의 청렴도는 측정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실제로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임 실장은 “현 내각에 남은 분들은 공정사회 기준에 부합한다고 보느냐”는 민주당 이춘석 의원의 질문에 “양심에 손을 얹고 공정하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할 사람이 우리 사회에 많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를 들추기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가치 기준을 스스로 설정하고 가보자는 게 공정사회의 기본 취지”라고 답했다.
과거는 묻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기준을 정하잔다. 하긴 대통령도 4번의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는데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위장 전입한 것과 재산을 축재한 것이 무어 대술까 싶긴 하다.
그런 분들이 이제 와서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고위직에 계신 분들은 이미 많은 부정과 비리로 가질 만큼 가졌으니 이젠 ‘우리 모두 하지 말자’ 이런 말인가.
9일 청와대가 고위 공무원 후보자들에 대해 ‘모의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겠다고 공개하는 한편, 정부부처의 특채를 행안부가 채용박람회를 통해 일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모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는 담력과 말솜씨를 배양하고, 고위층 자녀들을 모아 표 나지 않게 재분배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린다.
정부는 이런 부정적 시각을 가지는 국민들을 탓하기 보다는 그런 편견과 선입관을 심어준 스스로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과연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 또 그로인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지 다시 한번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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