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寅鐵 칼럼]국회는 몸싸움, 군은 허둥지둥, 정부는 무기력
[金寅鐵 칼럼]국회는 몸싸움, 군은 허둥지둥, 정부는 무기력
  • 김인철 편집국장
  • 승인 2010.12.05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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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에 이어 이번 연평도 피격에 대한 국회와 군, 정부의 대응은 참으로 일관되고 지조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국회는 늘 해오던 것처럼 서로 헐뜯고 비방하며 정쟁을 끊이지 않았고, 군은 여전히 허둥지둥 대며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된 말 바꾸기 보고를 했으며, 정부는 침묵 속에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2일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을 놓고 국회와 같은 훌륭한(?) 액션을 보여줬다. 당시 시의회에는 어린 학생들이 견학 와있던 상황이다. 의회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명확하게 보여준 현장실습이 아닐 수 없다.
시의회가 이처럼 훌륭한 모습을 보이자 형님격인 국회가 가만히 있을쏘냐. 다음 날인 3일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오랜만에 몸싸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북한이 연평도에 포탄을 퍼부어 군인과 민간인을 살상한 게 불과 열흘 전이다. 연평도에는 그때의 포격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고, 주민 수백 명은 아직도 찜질방에서 피란생활을 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관한 여러 소문이 국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신이 똑바로 박힌 국회라면 하던 정쟁도 멈추고 나라의 중심에 서서 난국 극복을 이끌어야 마땅하다. 포클랜드 전쟁을 치른 영국과 9·11 사태 때 미국의 의회가 그랬다.
대한민국 여·야는 우리 영토가 적의 포탄에 유린당했는데도 이틀이 지나 대북결의안을 한 장 통과시켜 놓곤 할 일 다했다며 하던 싸움으로 되돌아갔다. 4대강사업을 놓고 국회 상임위 곳곳이 전쟁터로 변해 툭하면 정회 사태를 빚고 있다.
서해5도 전력 보강과 연평도 피해 복구비용이 담긴 새해 예산안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여·야가 연평도 피격 사흘 뒤 의원 세비 5.1% 인상에는 두말없이 하나가 됐다. 현행법으로는 불법인 법인·단체의 후원금 제공을 합법화해 검찰이 청목회 사건 관련 의원들을 기소할 수 없도록 하는 쪽으로 법을 바꾸는 데도 힘을 합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도 크다. 대통령은 나라의 위기에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정파적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큰 사안은 뒤로 돌려 정쟁을 피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회동할 법도 한데 여태 일정을 잡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여당이 집권한 지 3년이 됐는데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前) 정권 탓으로만 돌리려는 것 역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또 10년 동안 나라를 운영해 본 야당이 이런 상황에서 4대강사업 저지 깃발을 들고 국회 밖으로 뛰쳐나가겠다는 것 역시 옳은 모습이 못 된다.
정치권은 지난 3월 천안함 폭침 때 사건 발생 후 25일 만에야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났고, 95일 만에야 야당 반대속에 국회 결의안을 표결처리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고 북한이 무슨 생각을 할까.
비밀문건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국무부 비밀 문건을 보면 우리의 안이한 대북전략이 그대로 드러났다.
문건에 따르면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외교부 2차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월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에게 “중국의 젊은 신세대 지도부는 한국 주도의 통일 한국을 꺼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 3월 26일 북한은 천안함을 폭침시켰고, 중국은 이때부터 최근 연평도 공격까지 줄곧 북한을 감싸고 있다. 다른 문건에서도 한국 관리들은 하나같이 “중국이 앞으로는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들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미 최고위급 인사들이 주고받는 북한 관련 대화의 내용과 수준은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전략·전술이 얼마나 허약한 정보 판단 위에서 세워지고 집행됐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군의 대응력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최전방을 감시하는 ‘눈’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더는 작동하지 않았고, 뒤늦은 대응사격은 첨단무기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적진지가 아닌 주변 논과 밭을 때렸다.
아울러 천안함 사태 때도 그랬지만 사건 발발직후 쏟아져 나오는 보고가 매번 달라지는 것 역시 큰 문제다.
우리는 휴전 이후 60년 가까이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해 군의 준비태세가 흐트러진 것이 사실이다. 김관진 국방장관 후보자는 “군이 행정조직처럼 변했다”고까지 했다. 국가가 많은 세금을 쏟아 부어 군대를 유지하는 이유는 당장 내일이라도 터질지 모르는 단 한 차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그 단 한 차례의 전쟁에 국가 운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과 그 8개월 후 터진 연평도 피격 사건은 우리 군이 자기 어깨에 국가 운명이 달려 있다는 각오로 근무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를 갖게 만들었다. 군에 수천억 원어치의 첨단무기를 사준다고 해서 국가 안보가 더 튼튼해질지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북의 동향 탐지에는 무능하고 낙관적인 정부와 북의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뒤 현황 파악조차 못하는 군, 여전히 말싸움과 밥그릇 싸움만 일삼는 국회.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이 무엇하나 없는 것이 지금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미 무엇이 부족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부디 이번에는 정부와 군, 국회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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