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길라임 얼굴도 멀쩡하고 산소호흡기도 없고
‘뇌사’ 길라임 얼굴도 멀쩡하고 산소호흡기도 없고
시청자들 “의료진 자문 받던가… 현실성 있게 가자” 의학적 오류 힐난
  • 【뉴시스】
  • 승인 2011.01.0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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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방송된 SBS TV ‘시크릿가든’ 제17회에서 길라임(하지원)은 리안 잭슨 감독의 영화 오디션에 합격해 차량 스턴트신을 찍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지고 만다.
의사로부터 라임이 영영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김주원(현빈)은 영혼 체인지를 결심하고 병원에서 라임을 안고 나와 오픈카에 태운 채 비 소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비를 맞으면 영혼이 뒤바뀌어 라임은 주원의 몸에 빙의돼 살아나고 주원은 라임의 몸에 들어가 대신 뇌사에 빠지겠다는 각오였다.
이날 트위터나 시청자 게시판 등 인터넷 공간에는 라임과 주원의 슬픈 사랑에 눈물을 흘리고 라임을 위한 주원의 선택에 안타까워 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쇄도했다.
동시에 제작진의 의학적 오류를 힐난하는 글도 많았다.
“뇌사는 자가호흡이 전혀 없어 인공호흡기 유지해야 합니다. 저 상태는 절대 뇌사의 범주가 아니죠. 무지한 작가님들. 자문이나 좀 받던가”, “저희 엄마도 보시면서 길라임이 뇌사상태인데 어떻게 데리고 나간 것이냐고 하시던데…”, “길라임 뇌사인데… 보호장비 떼고 있으면 죽잖아!!! 현실성있게 가자”, “길라임 뇌사인데 일반 병실이야. 산소 포화 측정하면서 산소는 안줘?” 등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라임이 일반 병실 침대에 산소 호흡기 없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지적하는 의견들이었다.
또 “사고가 난 뒤 피투성이가 된 것 같았는데 어디 다친 거지?”, “뇌사 상태에 빠질 정도면 대형 사고인데 얼굴과 머리가 깨끗하다니…” 등 차량 사고 직후 피 흘리는 모습이 나왔던 것과 달리 라임에게 부상 흔적 하나 없는 것을 꼬집는 의견도 있었다.
드라마가 의학적 오류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는 과거에도 비일비재했다.
지난 2003년 SBS TV ‘천국의 계단’에서 한태화(신현준)가 안암을 앓고 있는 한정서(최지우)에게 각막을 기증하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
각막 기증을 받은 정서는 시력을 되찾지만 결국 뇌까지 전이된 암으로 인해 죽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 각막 기증이 뇌사시나 사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옳았다.
하지만 안암은 각막 이식으로 시력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놓쳤다.
2006년 KBS 2TV 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에서는 정상인의 방사선 사진을 보면서 폐암이라고 진단하거나 호흡을 돕기 위해 기관(목)을 절개하고 관을 부착한 환자인데 엉뚱하게 입에다 인공호흡 기구를 대고 펌프질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또 ‘소문난 칠공주’에서 딸 소라가 차에 치이는 모습을 본 아버지 왕선택(안내상)은 마음이 급한 나머지 소라를 번쩍 안고 택시를 부른다.
이처럼 부상자를 함부로 움직이면 척추가 어긋나거나 척수신경을 건드려서 반신불수가 될 수 있어서 위험하다. 반드시 119 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2007년 MBC 수목드라마 ‘뉴 하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의 뱃속에 피가 샌다고 판단한 이은성(지성)은 환자의 왼쪽 옆구리를 볼펜으로 찔러 피를 빼내 생명을 구한다. 이 때 옆구리를 너무 깊게 찔러 간에 상처를 내고 만다. 환자의 왼쪽 옆구리를 찔렀는데 오른쪽에 있는 간이 손상을 입는 일은 심장이 오른쪽에 있고 간이 왼쪽에 있는 특이한 경우 외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08년 KBS 1TV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서는 장기 기증의 필요성을 알리겠다는 기획의도를 무색하게 할만큼 오류가 많았다.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김나영(김효서)으로부터 각막을 이식받아 시력을 회복한 장새벽(윤아)이 자신에게 각막을 이식해 준 사람이 나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는 범죄수사나 재판 관련 외에는 장기기증자나 이식자 등에 관한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장기 등 이식에관한법률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또 친어머니와 시어머니가 동시에 백혈병에 걸린다는 상황도 작위적이었지만 더욱 어불성설이었던 것은 새벽이 두 사람과 골수(조혈모세포)가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비혈연간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해 골수를 기증할 수 있는 확률은 2만500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KBS 2TV ‘제빵왕 김탁구’에서 구일중 회장(전광렬)이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진다.
하지만 일중은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이 아닌 자기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자발 호흡도 거의 없는 상태인데 산소 공급 장비 하나 없었고 영양 공급 수단도 없었다. 부인 서인숙(전인화)이 일중이 죽기를 기다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설정이었다.
성경훈 서초 21세기 병원 대표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통해 잘못된 의학 상식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작가나 연출자들은 의료 관련 장면을 드라마에 등장시킬 때 반드시 의료진의 자문을 받는 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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