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잘되면 내탓 못되면 네탓
[확대경] 잘되면 내탓 못되면 네탓
  • 한내국 정치부장
  • 승인 2007.07.18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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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전으로 참담한 여름을 장식했던 축구경기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호언장담했던 예상과는 달리 월드컵 4강을 이루었던 축구팀이 약체 바레인에게 분패를 했고 그것도 아시안게임에서 8강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때문이다.
게임에서 져버린 후유증이 이번엔 선수와 감독의 설전으로 뉴스를 장식하는 것이 마치 잘되면 내탓이요 잘못되면 네탓이라는 공방을 보는듯 하여 씁쓸하다.
국내프로축구가 햇수를 거듭하며 많은 발전을 해 왔다지만 국민들은 이번 게임결과를 통해 고질적인 한국축구의 멍든 기억을 버릴 수가 없게 됐다.
잘 전달되지 못한 패스와 실수, 고질적이라고까지 혹평하는 골결정력, 한방 시원하게 풀어 줄 스트라이커의 부재 등을 떠올리며 더운 여름 짜증을 더욱 부채질한 때문이다.
매번 잘할 수 있는 경기는 아니라지만 이번 바레인전을 지켜 본 국민들의 짜증이 이해가 갈만하다.
이렇듯 단체가 벌이는 경기일 수록 내탓이 우선이다.
그래야만 실수가 적고 개인보다는 단체의 힘을 통해 조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위치마다 그 역할이 있고 많은 역할이 한데 모아져야 힘(골)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축구게임은 허술함이 보는 그대로 드러나 시종일관 맥빠진 졸전이었다는 평을 누구나 하고 있다.
허리의 실수, 공격의 결정력 부족, 절명의 순간을 선용하지 못한 선수의 기량 등 원인을 찾아보자면 많이 있을 수 있다.
옛말에 자신의 직분을 넘어 타인의 일을 대신하는 것을 월조대(越俎代)라는 말이 있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편에는 요(堯)임금과 기산에 숨어 살았다는 은자(隱者) 허유(許由)가 나눈 대화가 실려 있다.
요임금은 다음과 같은 비유를 이야기 하며 허유에게 천하를 맡아줄 것을 권유한다. 일월(日月)이 밝은데 횃불을 계속 태우면, 그 빛이 헛되지 않겠습니까? 때 맞추어 비가 내리는데 여전히 물을 대고 있으니 그 물은 소용없지 않겠습니까? 저는 부족하오니, 부디 천하를 맡아 주십시오.
이러한 요임금의 권유에 허유는 뱁새와 두더지를 비유로 들며 다음과 같이 거절의 뜻를 표한다. 그대는 돌아 가시오. 내게 천하란 아무 소용없소. 요리사가 음식을 잘못 만든다고 할지라도 시동이나 신주가 술단지와 고기그릇을 들고 그를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오( 人雖不治 , 尸祝不越樽俎而代之矣).
월조지혐(越俎之嫌) 이라는 말로도 쓰이는데, 이는 자신의 직분을 넘어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꺼리다라는 뜻이다.
일 처리가 썩 훌륭하지 않더라도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갖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이번 축구경기도 그렇다.
이기기 위한 게임에 나가 이길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이런 기회때마다 네탓공방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 이를 선용하는 것도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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