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벤트식 고졸채용보다 건전화구조화가 우선이다
[사설]이벤트식 고졸채용보다 건전화구조화가 우선이다
  • 충남일보
  • 승인 2011.07.2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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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경제를 일으킨 70년대의 역군은 기술고와 상업고 등 이른바 전문계고 졸업자들의 목이 절대적이었다.
이후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전 산업의 채용기준이 대졸위주로 상향되면서 실업계 고교의 기능이 약화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결과 산업의 허리계층이 외국인들로 대체됐고 이제 기술계 고교 등 전문가교육기회 역시 사장되는 실책이 고질화되게 됐다.
이런 가운데 기업, 신한, 국민, 부산은행 등에 이어 산업은행이 하반기 신입 행원의 3분의 1인 50명을 고졸로 뽑기로 했다. 15년 만에 고졸 채용에 나선 산은은 대학 등록금 지원 및 대졸자와 똑같은 직무 기회까지 준다. ‘신이 내린 직장’의 파격이 아닐 수 없다. 5대 시중은행장들도 얼마 전 동참을 선언, ‘고졸 행원’ 채용 문호는 더 넓어질 듯하다.
이런 시기에 금융권의 고졸 채용 의미는 각별하다. 우선 은행 창구직원(텔러)의 83%가 고졸인 미국과 달리 74%를 전문대졸 이상으로 채운 학력 인플레를 잠재워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대졸 실업, 반값 등록금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해외연수, 늑장 졸업, 취업 재수 등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5년이나 늦은 입직 연령(27살, 첫 취업 나이)을 낮춤으로써 결혼과 출산 장려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전문대 이상 학력이 필요한 일자리가 전체의 27%뿐이란 점에서 고졸 채용 확산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이번 고용채용이 이벤트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다.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는 정부 권고에 등 떠밀린 구색 맞추기 의도가 엿보이는 것이다. 수천 명의 은행원 가운데 고작 10명 안팎의 특성화고 출신 채용으로 ‘우리도 고졸 행원을 뽑았다’는 홍보는 지나쳤다. 취업 기대에 부푼 고졸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금융계가 진정 고졸 행원을 임원으로까지 육성할 의도라면 단지 문호 확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고용ㆍ승진ㆍ임금 등도 대졸자와 동등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반짝 유행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금융권마다 수백, 수천 대졸자를 2년 계약직으로 뽑아놓은 점에 비추어 고졸자 채용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정규직 전환을 약속해야 한다.
전체 근로자의 30%가 넘는 580만 비정규직 대체 꼼수로 악용하지 말기 바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 차별대우를 해소해야 고졸 채용 효과도 배가된다.
거기에 이들이 체계적으로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는 채널을 정책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이벤트같은 고졸채용이 일반화 되고 그 결과 취업의 다양성과 함께 교육문제도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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