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 편지 한 통에 주위 ‘훈훈’
서산시, 편지 한 통에 주위 ‘훈훈’
결혼이주여성, 건강검진사업·의사 도움 받아
  • 송낙인 기자
  • 승인 2011.10.1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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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은 이제 제 고향인 베트남 호치민과 같습니다. 시장님 고맙습니다”며칠 전 서용제 서산시장권한대행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연필로 삐뚤빼뚤 그려진(?) 이 편지는 언뜻 보기에 초등학교 저학년이 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편지를 쓴 사람은 초등학생이 아닌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잔티로안(26·해미면 저성리)씨였다. 잔티로안 씨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2005년 충남 서산으로 시집왔다.
현재 남편 송경선(51·해미면 저성리)씨와의 사이에 6살, 4살 된 여자아이 둘을 두고 있다.
그녀가 편지를 쓴 이유는 충치와 치주질환이 심해 고통 받다가 시에서 운영하는 다문화가족 건강검진사업에 참여, 지역 의료기관의 도움으로 치통을 완치했기 때문이다. 처음 잔티로안 씨가 서산시보건소를 찾은 것은 지난 8월 초였다.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다문화가족 무료건강검진’에 참여한 그녀는 잠을 못 이룰 정도의 극심한 치통을 호소했다.
그녀의 상태를 살핀 치과전문의는 당장 이를 모두 뽑고 의치로 바꿀 것을 권했다.
하지만 남의 농사를 대신 지으면서 살아가는 이들부부에게 300만원이 넘는 시술비용은 버겁기만 했다.
남편 송 씨는 우선 아쉬운 대로 아픔을 느끼지 못하도록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만이라도 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을 만큼 잔티로안 씨의 상태는 심각했다.
다문화가족 무료건강검진 담당자인 임향미 주무관은 잔티로안 씨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몇몇 아는 병원에 전화해 다급한 사정을 얘기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전화번호부를 들고 치과에 전화하기를 여러 번, 드디어 검진이나 한번 해보자는 병원이 나타났다.
검진을 끝낸 의사는 “의치시술이 매우 시급하다.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무료로 해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잔티로안과 임 주무관은 서로 미안하다며 부등켜안고 울었다. 인지상정이었던지 이 모습을 본 치과의사는 무료시술을 약속했고 최근까지 2달 정도 걸려서 의치시술과 신경치료 등을 통해 잔티로안 씨의 치통은 씻은 듯이 나았다.
잔티로안 씨는 “감사함을 표하고 싶은데 달리 방법을 몰라서 시장님하고 의사선생님에게 편지를 적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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