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잘쓰면 약, 잘 못쓰면 독
[데스크 칼럼] 잘쓰면 약, 잘 못쓰면 독
  • 강재규 부국장
  • 승인 2007.08.09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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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됐던 남북정상회담이 연말 대선에 앞서 일찌감치 터져나왔다.
그동안 범여 주자중에서는 ‘한방’ ‘한방’ 하면서 야당 유력 주자를 자극해 오던 것 중에 하나가 이 남북정상회담이라고 하는 ‘북풍’이 아닌가. 그랬으니 야권에서는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로 한 사실이 남북 당국에서 동시 발표되자 ‘올 것이 왔구나’하고 받아넘겼을 것이다.
7000만 민족이 남북간에, 그것도 정상들간에 서로 만나고 우의를 다지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지난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역사적인’ 만남을 가질 때의 그 감동을 기억한다.
‘은둔의 지도자’와 포옹하며, 축배를 기울이는 모습만으로도 함께 기뻐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김 대통령은 그러 저러한 일로 해서 노벨 평화상까지 부상으로 수상하는 영예를 얻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걸로 다다. 아니, 일부에서는 그 때 퍼준 돈으로 핵무기개발에 ‘기여’했다는 빈정거림도 나온다. 화려한 잔치 뒤의 허망함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돈 주고 산 회담이란 소리 더 안나오게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의 만남에 대해서는 솔직히 큰 감동을 기대하기 보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뒷거래 의혹’에 대한 공방이 시작됐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정부는 서둘러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남북경협재원을 우선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차, 그러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의 정상회담이 한차례 화려한 이벤트로서는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뒤끝이 영 개운치 않아 ‘돈을 주고 산 회담’이란 소리를 듣는 꼴이 되었는 가하면 특검으로 수하 참모들이 ‘뒷거래’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차기 정부아래서 치러야 했던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 2차 회담이 다음 정권서 ‘검은 거래’가 밝혀진다면 허망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은 물론이고 고초도 감수해야 함을 잘 아는 까닭이다.
한가지 공통된 것은 우리 나라의 특수 여건상 권좌에 오르게 되면 떨칠 수 없는 유혹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남북정상회담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집권 이후 4년여 동안 보이지 않게 추진해왔는지도 모른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는 하지만 이제 임기를 다 마쳐가는 마당에 그 ‘꿈’을 이뤘으니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냉철한 눈으로 지켜볼 것
하지만 ‘선왕’의 방법을 답습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 권의 책을 완전히 믿는다면 아예 그 책은 없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흉내낸다면 다른 사람의 비웃음을 살 뿐이다.
더욱이 의제 설정도 되지 않은 마당에 회담의 성패를 예단할 필요는 없다.
무엇을 얘기하고 싶으니 만나자는 식이 아니라, 다시 한번 만나 무엇을 논의할지 얘기해보자는 식이다.
물론 앞으로 보름여 시간이 있으니 차관급 실무접촉 등을 통해 무얼 얘기할 지 상의하면 될 것 아니냐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남북 정상회담을 놓고 실질적 결과보다는 회담 성사 자체에 기뻐하는 감정적인 결과만 얻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12월 대선을 앞둔 정치극이라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정상회담을 비롯한 ‘북풍’은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냉철한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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