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지도층 경조사 간소화가 바람직하다
[확대경] 지도층 경조사 간소화가 바람직하다
  • 박희석 사회부장
  • 승인 2007.08.09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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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 중에서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결혼·장례식의 모습과 관습이다.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과 그 부모들은 청첩장을 대량 ‘살포’하고 하객들은 돈봉투를 만들어 축하의 뜻을 표시한다. 장례의 경우도 비슷하다.
돈으로 뜻을 표시하는 것은 같지만 축하가 아닌 애도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부조의 관습이다.
비록 오래된 관습이라고 하더라도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불편을 느끼거나 부담스러워 한다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선 방안을 찾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조사 환경은 좀처럼 바뀔 줄을 모른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모든 가정에서 지출한 경조비는 총 7조3000억원 가량 된다.
2인 이상 가구에서 지난해에 지출한 경조비는 연간 50만8000원 정도로 추산됐다.
모든 가정에 막대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다.
거기에 각 기관이나 기업에서 지출되는 경조비 액수까지 합치면 우리 사회에서 경조비로 떠돌아다니는 금액은 비정상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을 만큼 대규모가 될 것이다.
봉급생활자들의 경조비 부담이 과도해지자 내부 경조사의 경우 직급별로 경조비 상한선을 정해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고 하니 확실히 잘못된 관습임에는 틀림없다.
그 돈이 결국 국내에서 돌고 도는 돈이라고 할지라도 생산 활동에 직접 투입되는 것도 아닐 뿐더러 과정 상의 낭비 요인과 사회 구성원들의 심적 부담 등까지 고려하면 개선은 불가피하다.
비용 문제뿐이 아니다.
허례허식으로 인해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나 결혼하는 젊은이들이 성년이 되어서도 부모에 기대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 등도 잘못된 경조사의 관습이 낳는 폐해 중의 하나다.
굳이 미국 등의 예를 들 것도 없이 성년이 되면 자립하는 훈련을 쌓아나가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관습으로 인해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은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결혼, 아니 결혼 후에까지 부모로부터 애프터 서비스를 받을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그 점만으로도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다.
고위층이나 부잣집 상가에서 받자마자 떼어내는 화환, 줄을 늘어서서 돈봉투를 접수시키는 모습들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비효율적이고 후진적인 광경들이다.
모두의 부담도 부담이려니와 날로 바빠지고 합리화하는 지구촌의 현실에 비추어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엔 너무 후진적이고도 게으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경조문화의 개선을 위해서는 벼슬 높은 사람들이나 부자들이 수범을 보이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 같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은 결혼식과 장례식 간소화에서부터 출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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