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학교폭력과 불씨
[충일논단] 학교폭력과 불씨
  • 한내국 정치부장
  • 승인 2012.02.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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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이 학교사회에서 전방위로 확산된 것과 관련 그 원인을 두고 책임시비가 분분하다. 정부가 애시당초부터 잘못된 대응을 하면서 불씨를 키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이 온상처럼 번지고 있었지만 이런 원인 중에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정부가 그간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교내봉사, 사회봉사 등 미온적인 처벌만 하면서 상황을 키워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9년 전국 초·중·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건수는 5605건으로 이중 가해학생은 1만4605명, 피해학생은 1만1708명이다.
위원회는 선도조치로 교내봉사 5731건, 사회봉사 2758건, 특별교육 2209건, 출석정지 1130건, 서면사과 947건, 전학조치 911건, 접촉금지 410건, 퇴학처분 128건, 학급교체 52건 등을 시행했다.
2010년에는 7823건을 심의했다. 관련 가해학생 1만9949명, 피해학생은 1만3748명으로 역시 처분은 교내봉사가 7211건으로 가장 많았다.
사회봉사가 3488건으로 그 뒤를 이었고 서면사과 1849건, 출석정지 1395건, 전학조치 1129건, 접촉금지 816건, 학급교체 135건, 퇴학처분 93건 등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피해학생 보호조치 현황을 보면 2009년에는 상담조언 8775건, 기타 1298건, 보호조치 584건, 전학조치 62건, 학급교체 25건 등이 시행됐다.
지난해에는 상담조언 1만567건, 기타 1252건, 일시보호 635건, 요양 590건, 전학조치 73건, 학급교체 23건 등이 의결됐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결론은 하나다. 종합적인 처방이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피해학생 보호가 상담조언, 전학, 학급교체로 가해학생 선도가 교내봉사나 사회봉사로 모두 마감된 것이 한계다.
반면에 폭력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왔고 최근 이들이 조직형태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폭력은 늘었으며 피해도 양산되고 있다.
송(宋)나라 때, 호주(湖州)에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주태(朱泰)라는 사람이 있었다. 집안이 가난한 탓에 산에서 나무를 해다 백리 밖에 있는 저자에 내다 팔아 겨우 몇 푼의 돈을 마련해 생활했다. 어느 날, 주태가 산에 올라 나무를 하고 있었는데 큰 호랑이가 나타나 그를 물고 갔다. 주태는 호랑이게 물려 가면서도 죽을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내가 죽는 것은 상관없지만 늙으신 어머니는 어찌 할꼬. 그는 계속 소리치면서 호랑이의 이빨에서 벗어 나려고 몸부림쳤다. 그를 물고 달리던 호랑이도 이제껏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었던 터라 깜짝 놀라서 입을 벌려 주태를 놓아 주고는 오히려 허둥지둥 도망치고 말았다.
간신히 목숨을 구한 주태가 부상당한 채 집으로 돌아 오자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그를 위로했다. 어떤 사람들은 돈과 물건을 가지고 와서 그를 도와줬다. 호구(虎口)에서 살아 돌아온 주태는 그후 주호잔(朱虎殘)으로 이름을 바꿨다.
호구여생(虎口餘生)이라 불리우는 이 고사는 곧 큰 위험에서 목숨을 구함을 비유한 말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없애기 위해 경찰을 투입하고 자녀들을 폭력의 현장으로 내모는 기성세대들의 대응책에서 우리는 미래의 주인인 청소년들을 존중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 불씨를 제거하자면서 어른들은 자녀들에게 새로운 폭력을 학습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성세대에게는 주호자니이 호랑이 입에서 겪는 그런 애절함도 또 간절함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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