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조기유학 신중해야
[데스크 칼럼] 조기유학 신중해야
  • 김수환 천안취재본부장
  • 승인 2007.08.20 1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들어 다시 조기유학 열풍으로 해외를 떠나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
단기 연수의 경우 귀국 후 재취학 과정에서 다음 학기나 학년 진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규정에 따라 이를 불허하고 있다.
현행법상 초·중학생들의 해외 조기유학은 명백한 불법이다.
조기유학은 학부모의 취업·유학의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예외적으로 국비 유학, 예·체능 분야의 전공 특기생, 부모의 해외 파견으로 유학을 하는 경우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이들이 귀국할 때에는 정상적으로 편·입학이 가능하다. 이 경우를 제외한 유학으로 무단결석 기간이 3개월이 넘으면 해당 학교에선 정원 외로 관리한다.
그럼에도 지난 2005년부터 2006년 6월까지 전국 초·중·고등학생 중 6개월 이상 유학 후 귀국한 학생은 초등학생 996명, 중학생 1944명에 이른다.
이들 학생들 중 거의 대부분은 불이익을 받지 않고 진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학부모들의 교육열과 학교 측의 묵인에서 기인한다. 상당수 학부모들이 조기유학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일단 유학부터 보내 놓고 귀국 후 학교를 압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며 학력인증 시험을 거쳐 조기 진급을 시키고 있다.
자녀들을 위해 조금 일찍이라도 해외 연수를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청소년들의 경우 1년이라는 시차가 또래들과의 큰 격차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몇 개월의 해외 연수로 1년이 뒤처지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대체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유학은 대학과 대학원 진학, 영어 연수 과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최근 들어 전반적인 유학생 증가와 더불어 초·중·고 자녀를 둔 중산층 가정을 중심으로 조기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조기유학 경향은 과거 문제가 됐던 일부 부유층 자녀의 ‘도피성 유학’과 달리 성적이나 생활면에서 별 문제가 없는 우수학생들이 많다는 점에서도 많은 조기유학생이 늘어나고 있으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린 학생이 가정을 떠나서 혼자 낯선 외국에서 갖가지 문화 충격과 고독감 속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불안정한 일이다.
이 모든 역경을 잘 극복하고 소기의 목적을 훌륭히 달성하는 모범적인 학생들도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갖가지 불행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도 ‘영어 하나만 건지면’ 조기 유학하는 보람은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있으니 우리 사회의 영어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하지만 그것은 참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것은 다 실패하고 영어 공부 하나만이라도 성공하는 일이란 극히 드물다.
대체로 다른 것을 다 잘 하는 학생이 영어도 잘 하게 되고, 다른 것을 실패하면 영어도 실패하는 것이 보통이다.
유학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의 유학은 잘못 될 위험성이 크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고 깊이 생각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일이다.
아무튼 우리 사회를 휩싸고 있는 이런 영어의 열기에 힘입어 정말 우리 국민 모두 다 영어를 잘 하게 되고, 영어의 한을 풀어줄 수만 있다면 그것을 꼭 나쁘다고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왕좌왕하다 지쳐 그만두게 된다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귀중한 자원과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