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등급 바꾸기
[기고] 장애등급 바꾸기
  • 충남일보
  • 승인 2012.08.0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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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못한 거 알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전부 사기였지만 12만 원을 더 준다는데 어찌 안 넘어가겠습니까?” 김모 씨는 필자를 찾아와 자신의 욕심과 사기꾼에 대해 울며 하소연했다.
법적으로 장애는 15가지 유형이 1~6급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동안 장애수당을 받던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 만18세 이상의 장애 1~2급 그리고 중복장애 3급에게는 2010년 7월부터 월 15만 원의 장애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3~6급 장애인에게는 기존에 받던 대로 장애수당 3만 원이 나온다. 따라서 1~2급 및 중복 3급의 장애인은 12만 원을 더 받게 된 것이다. 재산이나 소득에 따라 9만 원에서 15만 원까지 차등지급이 되고 있는 차상위는 예외다. 문제의 발단은 12만 원에서 시작되었으니까.
3급 장애인들은 1~2급 그리고 중복 3급의 장애인들이 부러웠다. 그들은 월 15만 원의 장애인연금을 받고 있는데 자기네들은 3만 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한 달에 15만 원이라 1년이면 180만 원이다. 지난 가을부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모 씨가 살고 있는 동네 통장이자 장애인인 A씨가 3급 장애인들에게 접근했다.
“내게 60만 원만 주면 2급으로 만들어 주겠습니다.” 60만 원을 주고 월 15만 원씩을 받는다면, 넉 달만 지나면 본전을 뽑을테니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3급 장애인들은 2급이 돼 장애인연금을 15만 원씩 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없는 돈에 빚을 내 60만 원씩을 건넸다.
당장이라도 장애 2급이 되어 장애인연금 15만 원을 더 받는 줄 알았는데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도 장애등급은 바뀌지 않았다. 그제야 사람들은 속았다고 생각했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땅을 치고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사람들은 아우성을 쳤다. 등급을 못 올려줄 바에 받은 돈이라도 내놓으라 했다. A씨는 정말로 장애진단서를 위조하여 등급을 올려줄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등급을 올려준다고 하면서 돈이나 받아먹을 심산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1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받은 돈을 돌려주겠다며 차용증을 썼다.
그러나 차용증에 적힌 날짜가 한참이나 지났건만 돈을 줄 기미는 없어 보였다. 사람들은 고소를 한다고 난리를 쳤지만 A씨는 ‘벌금 내면 그만이니 배 째라’고 하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장애가 발생했거나 수술 후 6개월이 지나면 담당의사가 장애등급을 판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부터 장애등록심사제도가 달라졌다. 장애인등록을 위해서는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장애진단서, 검사결과지, 진료기록지 등을 발급 받아 국민연금공단으로 보내야 된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심사 후 등급을 판정하여 다시 주민센터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장애인의 등급이 하락하거나 탈락되어 등급외 판정을 받기도 한다. 장애등급기준이 바뀐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고나 할까.
진료기록을 통해서는 발생원인, 치료경과, 장애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외래진료나 입·퇴원의 경과기록도 알 수가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3급 장애인을 2급으로 만들기 위해 장애진단서, 검사결과지, 진료기록지 등을 전부 위조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장애진단서에는 의사의 면허 번호가 기재되는데 의사 면허의 취소는 물론이고 형사 입건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어느 의사가 허위진단서를 발급하겠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장애등급을 올릴 수 있다고 믿고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할거나.

이복남 하사가장애인상담넷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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