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정치권의 혼돈스런 경제민주화
[충일논단] 정치권의 혼돈스런 경제민주화
  • 고일용 부국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2.09.13 1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좋은 경제를 만들자는 식의 막연하고 모호한 개념으로 듣는 사람이 각자 맘대로 생각하게 만드는 음흉한 단어가 경제민주화다.
말 그대로 ‘좋은 경제’란 주제 자체가 이같은 혼란을 주는 것인데 마치 경제 민주화가 무엇이냐고 토론하면 말하는 사람마다 다른데 이는 좋은 경제가 무엇이냐 하고 묻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좋은 옷, 좋은 색, 맛있는 음식, 잘생긴 사람, 행복한 인생 등등 절대적인 의미가 있는 듯 하지만 저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대적 개념의 단어다.
농민은 자기들이 잘되는 게 경제민주화, 상인들은 자기들이 잘되는 게 경제민주화, 민주당은 자기들이 잘되는 게 경제민주화, 진보당은 자기들이 잘돼야 경제민주화, 미국은 미국식 경제 민주화, 영국은 영국식 경제민주화, 중국은 중국식 경제민주화…
자신과 자신이 속한 무리들의 주장과 맞지 않으면 경제독재인가. 마치 정치가들이 국민들을 현혹시키려고 사용하는 대표적인 단어처럼 들려 이에 대한 정의가 필요해 보인다.
헌법 제119조 ①항과 ②항의 조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1항에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2항에는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즉, 경제 민주화는 헌법에 기초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시장을 지배하고 적정한 소득 분배를 반대하는 기득권층과 기업가들, 그리고 극우파 인사들에 의해 이런 헌법의 정신이 사문화되고 오히려 이런 헌법 조항들이 사회주의적인 또는 좌파적인 요소가 있다고 매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한 문제는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집단은 자유민주주의가 마치 유일하고 완벽한 민주주의인양 호도하고 있고 심지어는 그들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자유민주주의보다도 더 우편향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그들의 주장과 헌법이 배치되는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민민주주의의 중간에선 중도파들이나 시민민주주의을 주장하는 집단들까지도 좌파로 매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자유민주주의보다도 더 우편향적인 성향을 가진 이 집단에는 새누리당의 대다수 정치인들, 민주당의 일부 정치인들, 거의 대다수의 기업가들, 적지 않은 수의 학자들, 대다수의 주요 언론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가 점점 더 멀어지게 되고 더욱이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여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가 방기되어 왔다는 점이다.
당장 정치권이 왜곡된 경제를 바로 잡자는 주장을 제도화하겠다는 공약형태의 목소리로 응집되자 이번엔 재계가 반기를 들고 나왔다.
이들은 경제 민주화가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하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경제 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119조 2항이 기업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헌법 119조 2항은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이 가능하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심지어 경제 민주화가 전체주의 국가로까지 이어진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소유 평등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빼앗아 다시 분배해야 한다면 필연적으로 전체주의 국가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제 민주화가 시장의 기능을 훼손하는 하는 것을 방지하자고까지 제안한다.
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민감성을 경고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에 대한 진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는 경제가 성장하고, 시장이 확대되는 방법으로 논의되어야 하고 (대기업이) 시장에서 불공정 행위를 한 경우에는 입법적 처벌이 가능한데 사전에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까지 지적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더 많은 경제 주체들에게 경제 활동의 기회를 주고, 재벌 중심의 경제 정책에서 재벌은 물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까지 모두 혜택과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영세 납품업체로부터 재벌가의 회장까지 같은 법적 사회적 보호와 제약을 받는 시스템을 만들어 모든 경제 주체들이 보다 넓은 기회를 보장 받고 일부 특정 집단에 의해 경제력이 남용되거나 독점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경제 민주화의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경제적 기회 제공을 더 확대 해야하고 현재의 숫자상의 기업성장 위주가 아닌 실질적 국가 경제 성장과 안정적 분배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 재벌이 기업활동으로 이익을 내는 것을 방해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기업활동은 더 지원하여 국가 경제를 지지하는 동력으로 삼고 동시에 불법적인 노무관리, 세금포탈, 정경유착, 불법 상속 및 증여 등을 엄정히 차단하고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