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른언어 못쓰는 사회가 무섭다
[사설] 바른언어 못쓰는 사회가 무섭다
  • 충남일보
  • 승인 2012.09.2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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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이 방영하는 드라마에서까지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면서 언어생활의 빈곤악화가 고쳐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KBS가 지난 18일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의 제목에서 일부러 틀리게 썼던 ‘차칸남자’표기가 공영방송조차 한글 맞춤법을 무시할 수 있다는 발상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다.
하루에도 수천 건씩 올라오는 인터넷 기사들이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언어의 조합을 만들어 내고, 개인들은 짧은 문자 메시지에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 말을 줄이는 것이 일상화된 세태의 반영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뒷담화’, ‘뽀개기’, ‘알바’, ‘야동’ 등 인터넷에서 각종 축약과 변형을 거친 말들은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잘못된 언어의 패악은 취업 준비자들의 인터넷 카페 이름(취업뽀개기)에서 유래한 '뽀개기'라는 단어는 지난해 한 시민단체의 ‘FTA 독소조항 뽀개기’에 인용됐고, 올해 4월 총선에 출마한 손수조 후보(부산 사상)가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라는 구호를 쓰면서 관심을 끌었다.
문자 메시지나 인터넷 댓글에서 허탈한 심리적 상태를 표현한 ‘헐~’이라는 단어는 영화 ‘은교’에서 이를 아는 세대와 모르는 세대를 가르는 상징으로 사용됐다. 요즘은 어린아이들까지 이 말을 쓰지만 중·노년층에선 의미를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비속어 느낌이 강한 ‘뒷다마’에 뿌리를 둔 ‘뒷담화’는 처음 등장한 지 10여년을 거쳐 ‘뒷이야기’나 ‘험담’이라는 의미로 정착됐다. 하지만 원래의 비속어 어감 때문에 신문·방송에 이 단어가 나오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아직도 있다. 아르바이트를 줄인 ‘알바’의 경우는 축약어가 원래 단어를 대체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렇게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 단어 중 표준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말은 아직 없다.
신조어는 새로운 현상의 반영이고, 동시에 경제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빠른 시대에는 줄임말도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인데 말은 사회적 약속이고 사회구성원 전체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일부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거부감을 갖는 단어를 단지 재미있거나 새롭다고 해서 자주 쓰게 된다면 언어생활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된장녀’나 ‘꿀벅지’ 등 마구 만들어진 신조어로 인해 성차별적·인종차별적 인식이 강화되거나 도덕적 경계심을 해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공중파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자들까지 ‘야동’이라는 말을 손쉽게 입에 올리면서 ‘포르노’라는 원래의 의미가 가진 폭력성과 사회병리성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낳았고, 이는 포르노를 접하거나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IT의 발달로 유통되는 말의 양은 많아졌지만 그만큼 우리의 언어생활이 다양해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2~3년 전부터 자주 쓰이기 시작한 비(非)문법적 표현인 ‘완전 맛있다’, ‘완전 빠르다’ 유의 경우 언어생활의 ‘빈곤’을 반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젊은 층에서 동사나 형용사를 강조하기 위해 천편일률적으로 ‘완전’이라는 명사 하나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우리 국어의 어휘는 몹시 빈곤해질 것이 우려된다.
정확한 표현을 위해 적합한 단어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한 개인과 사회의 어휘가 풍부해지는 만큼 바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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