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대통령의 아들, ‘개콘’의 아빠와 아~들
[충일논단] 대통령의 아들, ‘개콘’의 아빠와 아~들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2.10.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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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KBS TV프로그램 가운데 ‘개그콘서트’는 단연 시청률 1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아빠와 아들’은 장수코너에 속한다.
특별한 소재는 없지만 먹는 것을 놓고 아빠와 아들이 벌이는 촌극형식으로 매주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부자’지간 치고는 좀 치사한 경쟁을 벌인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소재가 바뀔 때마다 웃음과 박수로 이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이 코너가 장수하는 이유는 아빠와 아들간의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이야기가 서민들의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매주 ‘개콘’의 이 부자는 먹을 것을 놓고 행복한 싸움을 벌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가 지난 25일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해 특별검사팀에게 조사를 받았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특검에 소환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현장에는 무려 380여 명이나 되는 취재진이 몰렸고 TV는 그 광경을 생중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현 이명박 대통령까지 5명의 대통령 자녀가 모두 아버지의 임기 중 또는 퇴임 후에 검찰이나 특검의 수사를 받았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들들의 비리로 대국민 사과를 하던 모습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는 일체의 사회활동을 중단하는 등 근신토록 하고 제 가까이에 두지 않음으로써 다시는 국민에게 근심을 끼쳐드리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1997년 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기업인들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십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차남 김현철 씨를 두고 이렇게 국민 앞에 사과했다.
“저는 자식들이나 주변의 일로 걱정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여러 차례 국민 여러분 앞에 약속드렸습니다. 그러나 결국 저는 국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제 평생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처럼 참담한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역시 청탁 대가로 기업인들로부터 수십억원을 받는 등 김홍일, 홍업, 홍걸 씨 3명의 아들이 모두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6월 그야말로 참담한 대국민 성명을 냈다
하지만 이들 전직 대통령의 아들딸과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의 경우 혐의에 큰 차이가 있다.
이시형 씨는 현직 대통령인 아버지가 퇴임 후 거주할 사저 부지를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하고, 같은 부지를 매입한 청와대 경호처에 비해 싼 값으로 땅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및 국고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상 아버지 이 대통령과 연관된 문제다.
전직 대통령 자녀들의 비리가 개인 비리 내지 아버지 퇴임 후 드러난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현직 대통령이 얽혀 있는 것이다.
당초 내곡동 의혹을 수사했던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통령 일가가 부담스러워 사건 관련자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것은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결국 의혹은 특검의 재수사로 이어졌지만, 특검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 지는 미지수다.
권력과 재물, 명예까지 거머지고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살았던 대통령의 부자들.
그러나 예외 없이 법의 심판대에서 초조한 심문으로 날을 세우고 있다.
일요일 밤. ‘아빠와 아들’을 시청하는 ‘부자’들의 얼굴은 그래도 행복한 웃음으로 시름을 털어버린다.
모 방송사 앵커는 이시형씨가 특검에 출두하든 날 방송 중 “대통령의 아들들! 국민을 더 이상 불편하게 하지 말라”며 호된 질타로 나무랬다.
‘아빠와 아들’ 코너가 더 장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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