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없는 대선 한국민 불행하게 만든다
[사설] 정책없는 대선 한국민 불행하게 만든다
  • 충남일보
  • 승인 2012.10.2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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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코앞인데 찍을 후보가 없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오면서 이대로 가다간 정책없는 대통령을 뽑게 되면서 한국민이 불행한 역사를 초래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선거제도 자체를 바꾸자는 여론이 비등하다. 미국을 보면 이같은 필요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 차이를 실감케 한다. 우리 대선 후보들은 단일화와 과거논쟁으로 시간을 다 소비하면서 토론없는 대선이 불가피해 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전 국민이 참여하는 화려한 축제이면서 동시에 미국민들이 자신들의 대통령의 면면을 모두 보면서 충실한 한 표를 행사하는 등 우리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내달 6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TV토론이 모두 끝났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세 차례에 걸친 TV토론에서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핵심 현안들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내 문제를 주제로 한 1차 토론에서는 롬니 후보가 우세했으나 일반 유권자들의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 2차와, 외교문제를 다룬 3차 토론에서는 오바마가 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후보간의 열띤 TV토론을 지켜본 미국민들은 이제 막바지 선거운동이 끝나면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미국 대선 TV토론은 유명 언론인들의 사회로 진행된다. 1차 토론은 PBS방송의 짐 레러, 2차는 CNN의 캔디 크롤리, 3차는 CBS방송의 밥 시퍼가 사회를 맡았다. 이들은 모두 미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경륜 높은 언론인이다. 수십 년간의 언론 활동을 통해 공정성을 검증받았으며 토론 주제에도 해박한 인물들이다. 이들이 두 대통령 후보와 마주 앉아 철저하게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누가 더 좋은 대통령감인가를 겨루는 게 미국 대선 TV토론이다. 수천만 명의 유권자는 TV토론에 온통 눈과 귀를 기울인다. 토론을 보고 누구의 정책이 더 좋은지, 누가 더 믿음직스럽고 훌륭한 지도자인지를 나름대로 판단한다. 박수나 소음 등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는 일체의 군더더기는 금지된다. 이 모든 과정과 준비는 초당적 기구인 대통령 후보 토론위원회에 의해 이뤄진다.
미국 대선 TV토론을 보면서 부러움을 금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후보들이 시종일관 정책을 놓고 대결한다는 점이다. 누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지,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무슨 수로 메꿀지, 의료 복지 정책은 무엇인지가 이번 토론의 핵심 쟁점이었다. 어떤 외교와 국방정책으로 미국의 지도력을 유지하고 평화를 지킬 것인지, 부상하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지 등도 핫이슈였다. 후보들은 정책과 구상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상대방 주장의 허점을 파고 든다. 구체적인 정책을 놓고 심도있는 토론을 펼치기 때문에 허술한 논리나 군색한 말바꾸기는 여지없이 들통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인신공격이나 소모적인 말싸움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누가 더 좋은 정책으로 미국을 잘 이끌어 갈 것인지를 따지는 형식으로 TV토론은 진행됐다.
그러나 한국의 대선판은 이런 미국 대선 TV토론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선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후보들의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새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지, 일자리를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지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복지 확대에 공감하면서도 엄청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고 경제성장의 동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중국과 일본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선거판을 달구는 건 온통 지나간 일이나 곁다리 같은 문제들 뿐이다. 이런 식이라면 유권자들은 누가 정말로 나라를 잘 이끌어나갈 지도자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이 투표소로 향하게 될 판이다. 지금 국민이 정말 보고 싶은 건 후보자들의 비전과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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