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책선거, 투표참여로 민주주의 완성하자
[기고] 정책선거, 투표참여로 민주주의 완성하자
  • 이주환 태안군선관위 사무과장
  • 승인 2012.11.2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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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완전한 민주주의국가라는 외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The Economist)는 대한민국을 2010년과 2011년에 연속하여 완전한 민주주의국가(full democracy)로 분류한 바 있다. 이러한 평가는 우리나라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주기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그러한 선거에 의하여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뿌리내렸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외부의 평가와는 달리, 계속하여 낮아지고 있는 각종 공직선거의 투표율이 말해주듯이 우리 국민들은 우리의 정치현실 또는 정치인들에 대하여 그리 높은 기대를 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올 4월 11일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선거를 전후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투표참여 의향이 없는 이유로 가장 많이 거론된 이유가 ‘투표해도 바뀌는 것이 없어서’로 나타났고, 19대 총선이 공명하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하는 이유 중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이유가 ‘상호비방과 흑색선전 때문’으로 나타난 것이 정치현실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평가를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거를 통하여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생각하여 투표를 포기하는 유권자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이며, 선거에서 정책대결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상호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남을, 특히 부패하고 국민의 이익보다는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정치인을 탓하기 쉽다. 그러나 그들을 우리의 대표로 뽑은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측면에서 비난의 화살을 그들에게로만 돌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지난 선거에서 혈연, 지연, 학연 등 불합리한 평가기준으로 또는 명확한 근거 없는 흑색선전에 현혹돼 그들을 우리의 대표로 뽑은 우리 자신을 탓하고, 앞으로는 각 정당과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을 합리적으로 평가해 투표하는 것이 우리의 정치를 바로세우는 올바른 시작일 것이다.
공약을 평가하는 일은 어느 후보가 우리지역 출신인지, 어느 정당이 우리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인지를 판단하는 것에 비하여 훨씬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수고 없이 정치인들 스스로 알아서 자신들의 또는 소속 정당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과 정당은 당선되고 승리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당연히 그러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일에 힘쓰기 마련하다. 유권자가 공약을 주된 선택기준으로 삼는다면 그들은 공약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데 힘 쓸 것이고, 유권자가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사적 관계나 선거와 관련하여 자신에게 제공된 금품을 주된 선택기준으로 삼는다면 그들은 유권자와의 그러한 관계를 강조하거나 금품살포에 힘을 쓸 것이며, 유권자가 흑색선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그들은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에 열을 올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의 선거와 정치가 진정 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선출하는 선거, 국민의 이익을 위하는 정치가 될 것인 지는 자명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가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되고 정치가 국민의 이익을 위한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정책중심의 선거 외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선거참여라는 추가적인 요건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투표해봐야 바뀔 것이 없다고 생각하여 투표를 포기하는 유권자가 많을수록 정치인이 관리하는 이른 바 조직, 다시 말하면 선거에서 항상 자신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집단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 수가 적다면 그 조직에서 나오는 투표의 비중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참여유권자 수가 많을수록 조직에서 나오는 투표가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한다면 정당과 정치인들은 많은 정치자금을 필요로 하면서도 당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 조직 관리에 힘쓰기보다는 더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의 개발과 그 정책의 실현 방안 연구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의 쟁취로부터 다시 시작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이제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착 단계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천과 정착 단계로의 이행이 필요하며, 그러한 차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완전한’ 민주주의로 평가받는 것은 아직은 과분한 감이 있다. 우리는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정권교체가 선거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을 실천하지 못한 책임, 즉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정권담당자를 둘러싼 각종 비리에 대한 국민의 분노 등 정책 외적인 것들에 기인한 측면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완전한’ 민주주의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선거가 국민을 위한 정책경쟁의 장으로 변모해야 한다. 그러나 정책으로 승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선거에서 약속한 정책을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하는 경험 없이 그러한 변화가 정당이나 정치인에 의하여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그러한 경험을 그들에게 안겨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근거 없는 흑색선전에 흔들리지 않는 유권자, 혈연이나 지역감정 등 불합리한 기준이 아닌 그들이 내세우는 정책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또 실현가능한 것인지 등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투표하는 유권자의 적극적인 투표참여뿐이다.
합리적인 유권자의 적극적인 투표참여가 있고 또 선거가 정책 중심의 선거가 될 때에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정치를 넘어 ‘정당과 정치인을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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