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대형유통업체 규제 상생해법이 필요하다
[충일논단] 대형유통업체 규제 상생해법이 필요하다
  • 한내국 부국장 편집국 정치행정팀
  • 승인 2012.11.2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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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유통업체와 중소상인 간의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 규제 문제가 사회적 중요이슈로 떠오르면서 이런 혼란조정을 위한 해법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중간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는 국회마저 양자간 대립을 시원하게 풀어줄 해답마련을 못한 채 이번 회기에서 규제관련 법률안을 결국 처리하지 못하고 다음으로 미룬 상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와 관련한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키지 않고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해 내달 중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도 있어 문제는 여전히 잠복된 상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현재 1~2일에서 3일로 확대하고, 영업 제한시간을 현재 자정~오전 8시에서 밤 10시~오전 10시까지로 4시간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가 상생을 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지만 영업시간까지 줄이겠다는 것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여기에 납품하는 중소상인, 농민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법마련 반대 유통업체들은 유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 매출의 23%인 약 8조100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고, 일용직, 협력업체 직원 등 2만명이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월 3회 휴업 등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하는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52.2%가 반대했다.
중소상인들은 국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재래시장측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분들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국 전통시장에서 일하는 영세상인의 피해가 더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상인연합회는 현재 지식경제부가 마련한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탈퇴해 대형마트와 중소상인들의 대화창구도 없는 상황이다. 중재창구가 사라진 셈이다.
1997년 유통시장이 개방된 이후 우리나라 유통산업은 비약적 발전을 보였다. 외국의 대형 유통업체가 퇴출당할 정도로 국내 유통산업의 경쟁력과 기반이 확고해졌다.
특히 중소ㆍ중견 유통업체의 생산성도 크게 증가하여 대형 소매점뿐 아니라 중소업체를 포함한 유통부문 전반으로 경쟁력 제고현상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등장은 20세기 후반에 확산되기 시작한 지동차 문화와 도로망의 확산, IT기술의 발달, 교외지역의 확대와 위성 및 전원도시의 발달과 같은 도시 및 주거환경의 변화, 여성노동력의 증가 등 다양한 경제적ㆍ사회적ㆍ기술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유통산업의 대형화와 구조변화로 공정거래 이슈가 급증했다. 현재 공정위의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는 대규모소매업고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규모소매업 사건처리 건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소매업고시는 경쟁제한보다는 거래질서 확립에 초점을 맞추는 규제로 경쟁이 아닌 경쟁자를 보호하고 있다. 본래 거래관계는 양자간의 협상력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유통업체와 납품업체의 거래관계에서 공정한 거래를 제한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를 경쟁당국이 판별해 내는 것은 그 자체가 매우 자의성이 클 수밖에 없어서 그 결과 경쟁은 약화되고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규모소매업고시에서 내세우고 있는 다양한 행위규제는 그 이면에 있는 경제적 동기와 유인을 살피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례로 유통부문에서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판촉활동은 제조업의 생산 공정과는 달리 그 성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불확실한 경제활동이다. 그런데 공정위에 회부되는 것은 사후적으로 성과가 좋지 않은 판촉활동이기 마련이어서 공정위는 이를 경쟁촉진적으로 해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부당성’과 ‘강요’에 대한 해석이 사후적으로 이루어질 때 판촉활동은 위축되기 마련이며 유통부문에서 경쟁은 보호되기보다는 저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속성상 예상하기가 너무도 힘든 판촉활동의 예상이익을 서면으로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지나치게 유통업체의 거래비용을 높여서 유통부문의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경쟁당국의 규제논거는 취약하다. 거래질서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납품업자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한다는 것은 경쟁이 아닌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으로써 경쟁당국의 존재목적과 품격에 벗어나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아직 거래질서가 제대로 자리잡혀 있지 않다는 문제점을 감안해서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손해배상에 관한 조정을 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사안간의 사법적 분쟁해결을 돕기 위해서 과도기적으로 행정적 수단 중 과징금과 형벌은 폐지하고 시정조치만 남겨두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대규모소매업고시의 폐지와 불공정거래행위의 심사기준의 변경이 보다 근본적이고 올바른 정책이라는 보고서도 있는 만큼 양자간 상생문제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대형업체가 중소업체 시장을 독식한다는 관점만으로 규제법율을 만든다는 데에도 어거지라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국회가 상생을 전제로 법률안의 다양성을 고민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의 유통법안이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조정과 상생을 위한 강제규정인 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이전에 양자간 상생을 위한 제도의 틀을 보다 다양하게 연구하고 이를 법률에 적용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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