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증가보다 고용의 질이 문제다
[사설] 고용증가보다 고용의 질이 문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2.11.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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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는 늘어나는데 고용의 생산성은 떨어지는 기현상을 두고 말들이 많다. 체감경기는 겨울에 접어든 지 오래인데 우리 고용지표는 반대로 좋아지는 현상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정부는 매달 취업한 사람 수가 1년 전에 비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발표한다. 그런데 이 수치가 올 들어 월평균 46만명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매년 50만명 정도씩 생산가능인구(15~63세)가 늘어나는데, 그 중 60%, 그러니까 30만명만 일자리를 잡아도 정부는 고용이 ‘평년작’ 수준이라고 본다.
우리 경제의 경제활동참가율(생산가능인구 중 경제활동 하는 사람의 비중)이 60%이니 이 비율을 유지하는 선이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취업자 증가 평균치 46만명은 이를 크게 뛰어넘는 좋은 실적이다. 6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0%대 성장을 이어가며 슬로모션형 불황이 심화되고 있는데 취업자 통계는 이렇게 잘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가 그러나 유력한 설명의 하나는 고용 악화도 경기 침체처럼 슬로모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물경제 악화가 고용지표에 반영되기는 하겠지만 그 시차가 예전보다 더뎌 성장 위축과 고용지표 하락의 연결 고리가 다소 늦게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2008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그 해 고용은 그런대로 유지됐지만 2009년에는 취업자(월평균)가 7만2000명 줄어들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선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취업자 숫자가 회복되는 과정이 지금까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직장에서 은퇴하면서 대거 창업에 나선 것이 취업자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50대 초반에 직장에서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쌈짓돈으로 창업에 나서고, 이것이 50대 자영업자 증가로 이어져 고용 지표에 기여했다는 것인데 실제로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작년 말 171만명 수준이던 50대 자영업자 숫자가 올 상반기에 176만명을 넘어섰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올해 들어 안정적으로 50% 이상을 넘긴 것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사회복지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 고용 호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뚜렷해진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가 고용지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조차 아직 이같은 기현상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7월 이후 늘어나기 시작한 제조업 일자리는 작년 8월 이후 줄곧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7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10월에는 14만개나 늘었다.
조건이 열악한 중소 제조업 일자리라도 잡으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때문인지, 올해 시행 대상이 확대된 중소기업 청년 인턴제의 효과때문인지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해석이 저마다 다양하지만 고용문제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것은 내년부터 고용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내년 초부터는 취업자 증가 수치가 평년 수준인 30만명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과 중노령층이 고용 한파를 겪을 가능성이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소비·투자 심리의 위축이 발생할 것에 대비하는 정책적 대안이 여전히 시급하다. 기업구조조정 확대와 자영업자 수 감소 등이 이어지면서 취업률도 본격적으로 하락할 경우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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