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15년 전 IMF, 지금은…?
[충일논단] 15년 전 IMF, 지금은…?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2.11.2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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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40대 후반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쓰라림을 겪었다.
한창 자녀들이 자라나는 시점이어서 그 충격은 컸었다.
15년 전, 전국적으로 구조조정이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언론계에도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의 태풍이 몰아쳤다.
당시 중앙언론사는 각 도(道 )단위에 1명씩 주재기자가 활동했었다. 본사 기자는 물론 지역기자 까지 인원을 대폭 줄이면서 필자도 IMF의 희생이 되었다.
어느 가을 날. 서울 본사에서 ‘퇴직’을 신청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고 내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이젠 어쩌지…?”
밤늦게 집에 도착해 잠자고 있는 어린 자녀들의 모습을 보며 스쳐지나가는 막중한 중압감에 몸서리를 쳤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다시 일어서자는 굳은 각오와 결심으로 스스로를 달랬다. 그리고 ‘희망’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것이 지난 21일자로 15년이 됐다.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IMF의 구제금융 이후 우리 삶은 갑작스레 변화했다.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구조조정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등장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나 거리로 내몰렸다.
노숙자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국민들은 달러부족을 메우기 위해 ‘금 모으기 운동’ 등을 벌이며 환란을 극복했다. 덕분에 우리 경제가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성공적으로 외환위기에서 탈출했다.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어섰고, 국가 신용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
하지만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점차 낮아졌고 분배 구조는 악화했다.
1997년 6.1%였던 잠재성장률은 올해 3.7%(추정)로 낮아졌다. 전체 중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대적 빈곤 인구의 비중도 같은 기간 8.7%에서 15.0%로 높아졌다.
우리 경제규모는 대폭 확대되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 과실이 한쪽으로 쏠린 것이 문제였다.
100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자라고 있다. 성장동력은 떨어지고 소득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미래의 전망도 밝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12∼2017년 3.4%, 2018∼2030년 2.4%, 2031∼2050년 1.0%로 추정하고 있다. 저성장을 넘어 제로성장에 다가가는 추세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갈망은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양극화를 치유하고 성장동력도 함께 키워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1980년대의 시대적 요구가 정치민주화였다면, 이제는 경제민주화다.
대선 후보들도 하나같이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체력은 허약한 상황이고 미국이나 유럽 등 주변 상황도 좋지 않다.
내달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다음 정부는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필자는 기억한다.
15년 전 자녀들의 학원비부터 없애고 먹고 입는 것 까지 한 순간에 바뀌어 삶의 질이 곤두박질한 어두운 과거가 떠오른다.
내달이면 대통령 선거가 있다. 부디 경제민주화를 잘 이끌어 국민들의 생활을 편안케 하는 대통령이 당선됐으면 좋겠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잘 살 수 있는 우리 대한민국을 이끌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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