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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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한·중 문화교류 (138) 머나먼 대지
  • 충남일보
  • 승인 2007.09.1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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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문시에서 맛있는 랭면을 대접받고 두만강을 본 일행은 연변을 향하여 출발했다. 대지(大地)속 도문시를 빠져나오자 다시 널따란 중국대륙이 다시 펼쳐진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드넓은 푸른주단을 깔아놓은듯한 대지.
그류는 눈을 감고 생각을 했다. 옆 자리의 그류도 눈을 살며 감고 상념이 잠기는 듯 했다. 그류는 대전 대흥동이 그리웠다. 다가오는 가을 문화행사를 위해서 우덜로문화예술마당의 늘손지 미디어팀장과 샤갈은 잘 준비하고 있는지…
파아란 옥수수밭과 해바라기밭을 달리던 버스는 어느 시골길을 가다가 멈췄다. 흑룡강성의 조그마한 시골에 장이 서고 사람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은희태 시인이 말한다.
“아니 저시기 저그 시골장터가 선 모양인디 우리 시골장 구경허구 갑시다. 허허허---”
옆자리의 띠 동갑네이자 짝궁인 이희석 작가도 웃으며 말한다.
“그래요. 우리 중국시골장 구경허구 갑시다.”
일행은 시골장 구경을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예전의 한국 재래시장을 보는 듯 했다. 아이를 안고 구걸하는 어느 여인을 보고 은희태 시인이 지폐를 한 장 던져준다. 그리면서 한 마디 한다.
“청나라 사람들은 지독하여 아예 동냥을 주지 않아 청나라 시절엔 거지가 없었대요. 학생시절 동양사 시간에 선생님은 말씀 하셨어요. 거지에게 동냥을 주는 것은 거지의 생활을 연장시켜 주는 것과 같다며 주지 말라고 했어요.”
함께 걷던 늘풀든 총무팀장이 웃으며 말한다.
“맞아요. 이사님 말씀에 일리가 있어요.”
길가에 따라 늘어선 시골장은 여러 가지의 상품들이 즐비하였다. 개똥참외와 수박, 허름한옷가지, 농사용 씨앗들, 낡은 책자, 약초류 등이 리어카와 전판에 널브러져 있어 이방인 모습의 일행들에게 사즐 것을 중국말로 권하고 있었다.
한바퀴 시장을 돌며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찾았다. 저만치 허름한 글자표시가 보인다. 한문으로 길소(吉所)라고 쓰여져 있었다. 좋은곳이란 곳인데 중국어로는 통시라고 한다. 똥이 통 통 떨어져 통시라는 뒷간이다. 중국의 도회지에서는 수세간(水洗間), 측간(厠間), 측소(厠所)라고 표현했다. 또는 흑룡강 하얼빈에서는 화장소(化粧所)라고 표시했다.
우리네의 해후소 같은 이름의 화장실이다. 따라서 길소는 좋은곳이라는 문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맞는 말인 듯 싶다.
소변이나 대변은 얼른 배출해야 할 인간의 생리적 분비물이다. 어디를 가다가 급히 볼 일을 봐야겠는데 화장실이 없어 애를 태우다가 화장실을 발견하여 볼 일을 시원하게 보면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그래서 해후소요 길소란 말이 맞는 듯 싶었다.
시골장터를 구경한 일행은 다시 버스에 올라 연변으로 향하였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머나먼 대지를 보며 천봉과 그류는 말을 주고 받았다.
“저 넓은 땅을 빌려 목장을 하고 싶어요. 풀과 맑은 산소, 물을 마시며 성장하는 젖소의 우유는 청정 그 자체이고 고기맛 또한 좋을 듯 싶어요.”
“그런데 문제는 생산물의 유통과 시장성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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