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2013년은 새로운 시작
[충일논단] 2013년은 새로운 시작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2.12.23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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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사실 어떤 것도 끝나지 않았다. 투표와 개표는 끝났지만 선거 때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어떤 문제도 끝난 것은 없다.
특히 세대간의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의 깊은 골이 메워졌는가. 아직도 유령처럼 맴도는 지역정서가 사라졌는가. 허물어지는 중산층의 고뇌가 가셨는가. 진학과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이 평안한가.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기간 내내 논쟁한 어떤 것도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들이 새 대통령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다고 끝날 일도 아니고, 제18대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말끔하게 끝낼 수 있는 문제들도 아니다. 그러니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가. 아무 것도 제대로 끝난 것이 없다면 누가 역사의 승패를 쉽게 속단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시작 앞에 섰다. 새 대통령당선인의 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모두는 아무 것도 끝난 것이 없지만 새롭게 시작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
그 시작은 역사의 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 박근혜 대통령당선인과의 새로운 관계의 정립이다. 물론 퇴임할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먼저 매듭지어져야 한다. CEO 출신 대통령답게 그는 세계경제 일선에서 앞장서왔고 높고 험한 파랑을 힘겹게 헤쳐왔다. 여건을 감안하면 한국경제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졌고, 소통에 대한 목마름은 깊어졌다. 경제지수보다 늘 ‘관계지수’가 말썽이었다. 지금이 국가 지도자에게 열광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약했던 것은 큰 손실이다. 때문에 대선의 과반수 득표와 상대에 대한 배려는 의미가 크다.
새로운 시작의 기초는 새로운 관계다. 선거에 대한 기대는 바로 그 때문이다. 사실 들여다보면 아무 것도 당장 달라질 것이 없고 해결될 일도 없으나, 새로운 기대가 꿈틀거리는 것은 새로운 관계가 가져올 파장 때문이다.
“앞으로 야당을 소중한 파트너로 생각해 국정운영을 해 나가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일성은 그래서 단연 주목할 만하다. 야당을 동반자로 삼겠다는 공언은 당연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귀에 익숙하지 않은 메시지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정당 지평에서 국정 지평으로의 비상이다. 그러나 헌정사를 돌이켜보면 여야의 정파적 시각에 묶인 대통령의 행보가 수시로 국정을 옥죄었고,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기보다 권력 기반을 위해 오히려 이를 확대시켜 놓았다. 화해와 연합보다도 소중한 정치 역량이란 과연 무엇인가.
새로운 시작은 이제 국민과 대통령당선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새 인식을 요구한다. 초당적 입장에서 국정을 풀어나가는 일은 국민의 호응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정치인의 일방 통행이 아니라 국민과의 쌍방 통행이다. 투표에 참여하는 것으로 국민의 의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5년간 지속될 새 대통령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도 또 다른 의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도전을 기억한다.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물으십시오” 이 연설은 국민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과 국민이 어떻게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국정이 어떻게 새롭게 시작될 수 있는 지에 대한 기준점의 제시다.
역사의 새로운 시작 앞에서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동일한 질문 앞에 서야 한다.
나는 어떻게 새롭게 시작할 것인가. 투표와 결과에 대한 침묵으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새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동참과 헌신을 결단할 것인가.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나 밖의 결정이 아니라 내 안의 결단에 달렸다. 무엇보다 제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5년간 욕하는 국민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오는 2013년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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