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방부가 파병 시한을 넉 달 앞두고 절반에 가까운 교대 병력을 이라크로 출발시킨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7일 APEC 회의 중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에 대한 지속적 협력 요청에 대해 “동맹국으로서 할 일을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3일 정부 고위 당국자는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주둔을 내년까지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은 더 이상 안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자이툰 부대의 파병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1년 연장하며 임무종결계획서를 6월 말까지 제출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9월 말로 미뤘다.
이런 상황에서 철군 계획을 세우기는커녕 또다시 파병연장을 꾀한다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것이다. 동맹국으로서 할 일이 국민과의 약속보다 중하단 말인가.
게다가 이라크 전쟁은 이미 실패한 전쟁이다.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 이래 미군 사망자는 3596명으로 9·11사태의 희생자를 넘어섰다. 이라크 민중들의 희생자는 두 말할 것 없다. 미군의 이라크 주둔에 대한 세계 여론도 철군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최근 영국의 BBC가 세계 22개국 2만 여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67%가 미군의 연내 철군에 찬성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동맹국의 실체도 이미 해체되었다. 가장 많을 때 40개국까지 늘었던 파병국도 현재 20개국으로 줄었다. 이중 15개국이 냉전 이후 미국의 영향권에 든 동유럽·중앙아시아 국가들이다.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영국군도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의 치안권을 이라크에 넘기는 등 조속한 철군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13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내년 7월까지 5개 여단을 철수시키는 점진적 철군 계획을 제시했다. 오로지 한국 정부만 이 실체 없는 동맹에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아프간 사태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추악한 전쟁으로 세계는 더 불안해졌고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만약 정부가 또 다시 자이툰 부대의 파병 기간을 연장한다면, 그것은 제2의 아프간 사태를 이라크에서 발생시키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연내 철군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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