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맹국으로서 할 일이 국민과의 약속보다 중한 일인가
[사설]동맹국으로서 할 일이 국민과의 약속보다 중한 일인가
  • 충남일보
  • 승인 2007.09.17 1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의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일 국방부가 파병 시한을 넉 달 앞두고 절반에 가까운 교대 병력을 이라크로 출발시킨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7일 APEC 회의 중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에 대한 지속적 협력 요청에 대해 “동맹국으로서 할 일을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3일 정부 고위 당국자는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주둔을 내년까지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은 더 이상 안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자이툰 부대의 파병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1년 연장하며 임무종결계획서를 6월 말까지 제출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9월 말로 미뤘다.
이런 상황에서 철군 계획을 세우기는커녕 또다시 파병연장을 꾀한다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것이다. 동맹국으로서 할 일이 국민과의 약속보다 중하단 말인가.
게다가 이라크 전쟁은 이미 실패한 전쟁이다.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 이래 미군 사망자는 3596명으로 9·11사태의 희생자를 넘어섰다. 이라크 민중들의 희생자는 두 말할 것 없다. 미군의 이라크 주둔에 대한 세계 여론도 철군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최근 영국의 BBC가 세계 22개국 2만 여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67%가 미군의 연내 철군에 찬성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동맹국의 실체도 이미 해체되었다. 가장 많을 때 40개국까지 늘었던 파병국도 현재 20개국으로 줄었다. 이중 15개국이 냉전 이후 미국의 영향권에 든 동유럽·중앙아시아 국가들이다.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영국군도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의 치안권을 이라크에 넘기는 등 조속한 철군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13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내년 7월까지 5개 여단을 철수시키는 점진적 철군 계획을 제시했다. 오로지 한국 정부만 이 실체 없는 동맹에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아프간 사태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추악한 전쟁으로 세계는 더 불안해졌고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만약 정부가 또 다시 자이툰 부대의 파병 기간을 연장한다면, 그것은 제2의 아프간 사태를 이라크에서 발생시키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연내 철군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