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문 앞에 참새를 잡는 그물이 쳐 있다 문전작라(門前雀羅)
[데스크칼럼]문 앞에 참새를 잡는 그물이 쳐 있다 문전작라(門前雀羅)
  • 이강부 부국장
  • 승인 2007.09.18 1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와 권력이 쇠락하자 사람은 찾아오지 않고 새들만 찾아와서 그물을 칠 정도라는 문전작라(門前雀羅)는 세력이 몰락한 집안의 풍경을 말해주며 또 한편 집안이 쓸쓸하고 한산한 상태를 가리키기도 하며 사기 급정열전(汲鄭列傳)에서 볼 수 있다.
한나라 무제 때 높은 벼슬을 한 급암과 정당시(鄭當時)는 모두 의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극진히 대우했다.
높은 벼슬자리에 있으면서도 늘 겸손했으며 귀천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대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직은 부침이 심해 급암은 매사에 직 간을 하다가 무제의 미움을 사 면직되기도 했으며 정당시 역시 연좌제에 걸려 평민이 되었다가 나중에 여남군 태수로 끝을 맺고 이 두 사람이 벼슬자리에 물러나자 평소에 많던 빈객들이 다 흩어지고 찾아오지 않았다.
사마천은 이에 대해 급암과 정당시처럼 어진 사람이라도 세력이 있을 때는 손님이 열 배였지만 세력이 없어지면 모두 떠나가 버린다고 말했다.
적공(翟公)도 벼슬에 있을 때는 문 앞에 빈객이 득실거렸지만 벼슬을 그만두자 빈객들이 뚝 끊어져 문 앞에는 참새 떼가 놀아서 새 잡는 그물을 칠(門前雀羅) 정도였으나 적공이 다시 벼슬을 하자 예전처럼 빈객들이 모여들자 이를 본 적공은 문 앞에다 크게 써 붙여 놓았다.
한번 죽고 한번 사는데서 서로 사귀는 정(交情)을 알고 한번 가난하고 한번 부자가 되는데서 서로 사귀는 실태(交態)를 알며 한번 귀하고 한번 천하게 되는데서 서로 사귀는 정(交情)이 나타난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이던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정이 오가는 계절이나 진정한 마음 마져 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공직 사회에서의 마음 전달은 흡사 뇌물이라는 명분으로 치부 될 수 있어 감사와 고마움을 표하기조차 어려운 것이다.
더욱이 중앙 정부의 사정 반이 암행 감찰을 하면서 마음을 전하려는 움직임이 위축되면서 지역 경제도 함께 위축돼 말 같이 풍성한 추석이라 보다는 쓸쓸한 추석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고위직에 치중되는 뇌물이 아닌 동료 간에 진정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작은 정성을 담은 고마움을 표하는 우리 민족 전통의 미풍 양속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