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태풍이 와도 재난재해에 침묵하는 정부
[확대경]태풍이 와도 재난재해에 침묵하는 정부
  • 한내국 정치부장
  • 승인 2007.09.18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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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재해에 무대응 무원칙이 마치 정치권에 학습된 정부의 공무조직이라는 비난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이번 나리에의해 쑥밭이 된 제주가 또 다른 태풍에 노출된 상태에서도 여전히 재난지역 선포마저 되지 않고 있고 재산잃은 주민과 지역 해당 공무원들만 분주한 채 정부는 재난복구에 손놓고 있다는 사실때문이다.
이 시간 국토를 할퀴고 간 태풍 ‘나리’에 이어 또 다른 태풍 위파가 발생했다. 이번에 지나간 ‘나리’보다 더 강력한 태풍이라고 한다. 이번 ‘나리’에 제주도와 남해안지역이 쑥대밭이 되었고 인명도 여러명 앗아갔는데 ‘위파’가 한반도에 상륙할 경우 더욱 큰 피해가 예상될 수밖에 없다.
몇년 전 태풍 ‘루사’가 왔을 때 어리석은 우리를 절감한 적이 있다. 방송에서는 피해지역에 대한 보도가 실시간으로 이어졌고 피해복구를 위한 자원봉사신청이 봇물을 이뤘지만 이를 연결해주는 공적시스템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공서에 물어봐도 어디에 어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 발만 동동구르다 때를 놓쳐 버렸다.
그러더니 다음 해에 들이닥친 ‘매미’태풍 때에도 상황은 나아진 게 없었다.
보도에 난 지역 군청에 전화를 해봐도 자원봉사손길이 필요한 곳은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태풍 피해복구 자원봉사활동은 그냥 몸만 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먹고 잘 수 있는 숙식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자원봉사가 어려웠던 것이다.
피해복구는 커녕 태풍피해때문에 망연자실한 현지주민들이야 자원봉사자들의 숙식문제를 돌봐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해당 시·군청은 자원봉사자들을 수용할 준비를 해두어야 했다. 그러나 피해사실과 규모, 그리고 도움손길이 필요한 곳과 인원 등까지 기본적인 통계작성은 공무원들의 기본 의무임에도 기초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했고, 자연재난에 대비한 예산으로 외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의 숙식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다.
자연재해가 나면 가장 큰 피해는 해당지역 주민이 입는다. 그리고 피해가구의 복구는 중장비가 아니라 사람의 손길로 복구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은 도로나 제방복구 등 자신들의 책임단위에 중장비를 투입하는데만 골몰해 정작 피해주민들의 피해규모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통계작성엔 게으르다.
사기(史記) 역생 육가열전(陸賈列傳)에는 한나라의 역이기라는 모사(謀士)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진(秦)나라가 멸망한 후 한왕 유방(劉邦)과 초패왕 항우(項羽)는 천하를 다투고 있었다. 항우는 우세한 병력으로 유방을 공격했다. 이에 유방은 성고의 동쪽 지역을 항우에게 내주고자 하였다.
이때 유방의 모사였던 역이기는 식량 창고인 오창(敖倉)이 있는 그 지역을 지킬것을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천(天)이 천(天)이라는 것을 잘 아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있으나 천을 천으로 알지 못하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없다. 왕자(王者)는 백성을 천(天)으로 알고 백성은 먹을 것을 천(天)으로 안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 방은 역이기의 말에 따라 곧 전략을 바꾸었다.
옛말에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한서(漢書) 역이기전(傳)에도 실려있는데 백성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 임을 뜻한다. 임금된 자는 백성을 하늘 섬기듯 섬겨야 하고 백성들의 하늘은 임금이 아니라 곧 식량임을 알아야 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태풍피해와 우리의 복구시스템을 보면 여전히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자연재해는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신속한 피해복구와 재해민들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사회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각급 정부의 대응수준이 후진국의 그것과 다름없으니 왜 아니 답답하겠는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번 ‘나리’와 ‘위파’에 우리 공공기관이 어떻게 대응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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