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나누며 베푸는 한가위 되길
[데스크칼럼]나누며 베푸는 한가위 되길
  • 강재규 부국장
  • 승인 2007.09.20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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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앞두고 많은 사람이 고향과 부모 등 친지 생각과 선물 마련할 생각에 분주하다.
이번 추석은 연휴기간이 길어 해외여행이나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어울릴 계획을 잡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고향을 그리워 하는 마음만은 매한가지일 성싶다.
온 가족이 한데 모여 한해 동안 땀 흘린 풍성한 수확을 즐기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데 더없이 좋은 시간임에 틀림없다.
그런 기쁨이 있기에 사실상의 연휴가 시작되는 오늘 오후부터는 민족대이동이 시작될 것이고, 긴 추석연휴에 원근 각지에서 모여든 가족들은 빙 둘러앉아 연말 대선과 정치 얘기를 단골메뉴 삼아 화제의 꽃을 피울 것이렷다.
정치권은 이 기회를 놓칠새라 ‘올 추석상(床)에 우리 당 후보 이름 올려야지’ 하며 이슈 메이킹에 혈안이다. 목하 손학규씨가 돌연 칩거하더니 지방행에 나서 신당의 경선국면이 안갯속이건 이명박씨가 민생탐방에 몰입하건 그건 별 ‘깜도’ 안될 것같다.
이번 추석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의혹 사건과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 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 등이 단연 최고의 메뉴가 될 것이고, 200만 청년 실업자중의 한 사람이라도 둔 가족이라면 죄다 ‘야당’ 되어 이 정부와 여당에 욕 꾀나 하지 싶다.
하지만 꼭 그것만도 아니다.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듯 천고마비의 좋은 절기에 새 곡식과 햇과일 등 만물이 풍성해 ‘5월 농부, 8월 신선’을 이내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추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에도 즐긴다고 한다.
다만 중국에서는 추석날에 달 모양의 월병(月餠)을 만들어 조상에게 바치고 달을 감상하며 시를 짓는다.
우리의 반달 모양 송편과 달리 보름달 모양의 월병은 이미 원(元)나라 때 만들어졌는데 월병으로 시식을 삼고 또한 달을 감상하는 상월(賞月) 행사로 추석날을 보낸다.
일본의 경우도 비슷한데, 동양 3국 가운데 우리 민족만이 이 날을 민족적인 대명절로 여기는 것은 한민족과 달의 명절이 유서깊음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송편을 빚되 동그랗지가 않고 반달모양으로 하는 것은 아마도 우선 한입에 먹기도 알맞지만 완전히 차고 넘치기 보다는 채울 여유를 갖고자 한 의식이 배어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달을 보고 자신의 소망이 마저 이뤄지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반달을 만든다는 것인데, 만월은 곧 기울지만 반달은 채워질 부분이 있다는 의미에서다.
전통 명절에 생각나는 음식에 연관된 전통 미풍양속은 또 있다. ‘고수레’다.
성묘를 하거나 야외에서 음식을 먹을 때 이를 먹기 전에 먼저 ‘고수레!’ 하면서 음식물을 던지던 그 풍습. 넉넉한 살림은 아닐지언정 항상 이웃을 배려하고 비록 하찮은 미물에게도 함께 나누고 베풀던 조상들의 마음가짐은 분명 누구를 의식해서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음식 하나에 밴 선조들의 나눔과 베풂의 의식에 자못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요즘은 어디 그런가. 남을 배려하고 나누기 보다는 남의 것을 뺏어 내 나머지를 채우려고 드는 각박한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서글퍼지기도 한다. 나 자신부터가 매번 명절을 맞을 때마다 나의 모습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얼마나 베풀며 나누며 살았는가를 말이다. 베푸는 것과 나눈다는 공통점은 대상이 있다는 의미다. 내 베풂을 받을 대상이 있는 것이고, 내 나눔을 함께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나의 마음을 살찌울 것이 틀림없다.
엊그제 그 자그마한 실천을 해봤다.
부모님은 명절연휴 때 찾아뵙게 되지만 명절이 되어도 차갑고 힘들게 보내야 할 분을 아내와 함께 찾아 자그마한 마음의 선물을 전했다.
주기보다는 받는데 익숙했던 터라 나누는 기쁨을 채 깨닫지 못했던 내게 갑절의 기쁨이 솟아났다. 아내 역시 그렇다고 했다. 자신의 가진 것 중 일부를 아낌 없이 베풀 줄 아는 사람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베푼다는 것은 내게 여유를 전제로 한다. 물질적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우선이다.
내가 여유가 있어야 베풀 수 있고 그 대상으로부터 베풂의 결과를 흡족해 하게 된다. 내가 여유로와서 가진 것을 쪼개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는 것을 다른 대상과 함께 했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는 것이다. 모든 이가 나누며 베푸는 한가위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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