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DP를 위한 고언
[데스크칼럼]DP를 위한 고언
  • 강재규 부국장
  • 승인 2007.09.2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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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들에겐 추석연휴가 길어 더 없이 좋았을 테지만 추석 민심을 읽기 위한 정치권에겐 짧은 연휴였다. 각 당의 색깔과 이념은 다르지만 올 대선의 핵심 키워드는 아무래도 ‘일자리’ 창출과 그로 인한 경제살리기가 아닐 수 없다. 그 밖에 남북정상회담, 변-신 스캔들, 신당의 경선 등도 추석상에 오르기는 했지만 이를 이길 수는 없다. 또 후보들이 재래시장과 복지시설 등을 찾는 모습들은 연휴 기간 내내 뉴스로 내보내 졌지만 시청자들에겐 식상할 뿐이다. 이걸 참모들이 모르는 바 아니다. 그들 역시 연휴를 앞둔 며칠 전부터 “괜찮은 후보 일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뭐 좀 없나요”하고 되려 기자들에게 물어오곤 했지 않았나.
고향 대전에 잠시 내려가 있는 동안 국민중심당 대선 후보인 심대평(DP) 전 지사의 연휴 행보도 눈에 들어왔다. 역시 재래시장을 도는 모습이 예외는 아닌 듯 했다.
그걸 지켜 보면서 DP에 대한 의문이 불쑥 들었다. 그가 지난번 국회에서 대선후보 선언식을 하면서 숱하게 들었다고 하는 “끝까지 완주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의문은 두 번째였다. 과연 그가 정치인으로서 자격을 갖췄느냐는 원초적인 의문이 그것이다. 어떤 대선 후보가 얘기했던 ‘권력의지’의 소유 여부야 사람 속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 한 알 길이 없지만 외양으로 나타나는 자격은 쉽게 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DP는 그 흔한 정치리더들이 갖추고, 혹은 갖추고 있을 거라고 믿는 이념을 읽기가 어렵다. 오랜 행정가일뿐, 정치인으로서의 이념과 정체성이 약하다는 의미다. 정치에서 이념적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으면 험난한 싸움을 할 수 없다. 그가 3선 관록의 민선 지사를 거쳤고, 지난 지역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고 해서 그게 다는 아니다. 지역 선거구민의 선택일 뿐 대선에서의 공식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정치적 이념성이 약하다는 점은 본인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여기에다 행정통이다보니 정치적 전술과 변신이 느릴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은 본인도 인정한다. 대선 출마선언이 나오기까지 장고를 거듭했던 게 입증한다. 그나마 출마선언도 딱한 처지에서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200만표 득표가 목표가 아니라고 항변해도 그나마 감지덕지로 받아들여야 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DP가 충청의 맹주로서 전국을 넘보려면 아무래도 ‘선왕(先王)’이라 할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배우든지, 그를 넘어야 하지 않을까. JP는 지역 뿐만 아니라 YS(김영삼), DJ(김대중)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다. 그들에겐 공통된 게 있다. 하나같이 공과(功過)가 분명하다.
JP 만을 놓고 보면, 그는 산업화시대의 주역이지만 이후 정치재개를 하면서 충청을 ‘기반’으로 혹은 ‘볼모’로 3당 합당과 이후 DJP 연대의 주연역할을 하면서 한때 전국 54석의 의석을 자랑하며 국가경영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정치 9단 소리 그냥 들은 게 아니다. 하지만 잘한 건 잘한 거고, 잘못 한 부분은 반성을 하면서 역사는 발전해가는 법이다. DP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자명하다. JP가 잘 한 부분은 배우고, 잘 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지적하고, 대신이라도 반성해주는 것은 어떨까. JP를 넘어야 지역 맹주소리라도 듣는다. 필요하다면 JP를 밟고 넘어야 할 지도 모른다. 과오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필요하다면 대신이라도 매를 맞겠다는 자세를 지역민들은 보고 싶은 것이다. 그마저도 없으면 DP에게서 무슨 이념적 소양을 찾을 수 있을까. 연후에 대선 정책공약을 내놓고 대선행보를 하는 게 순서다.
신당 대선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자 민주화 세력의 대표 주자격인 이해찬 전 총리는 언젠가 한 자리에서 산업화 세력의 대표주자였던 JP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킨 X’, ‘충청지역을 위해 한 게 뭐 있다고’ 하며 막말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나쁘게 보면 ‘예의없는 사람’ 소리 들을 수도 있지만, 좋게 말하면 ‘소신과 이념이 분명한 사람’이란 평가로 돌아올 수 있다. 그에 비하면 DP는 너무 얌전하다. 정치에서 얌전하다고 표 더 주는 건 아니다. 표를 얻으려 하지말고 이념적 지형을 넓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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