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세 사람이 만들어낸 호랑이
[확대경]세 사람이 만들어낸 호랑이
  • 한내국 정치부장
  • 승인 2007.09.2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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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학자, 진실과 거짓의 가설과도 같은 사건으로 세상이 흉흉하다.
5년마다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코 앞으로 왔지만 도무지 관심을 끌지 못할 만큼 이 하나의 사건이 국민들의 영혼을 공황에 빠뜨리게 하는 그런 현상이 요즘의 분위기다.
연일 메스컴들은 이 사건 주인공의 거짓 진술들이 검찰의 확실한 물증과 증거 앞에서 무너져가고 있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공황’방정식은 가해자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는데서 시작된 것이다.
검찰이 신씨 컴퓨터에서 예일대 박사학위증 양식과 총장의 서명이 있는 파일을 복원했지만 신씨는 “그것이 있는지 그곳에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위 위조에 대한 자신의 거짓말이 동국대와 예일대의 발표로 한계에 이르렀는데도 신씨는 오히려 “자신도 피해자”라고까지 항변하고 있다. 이런 신씨의 행태에 대해 일부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학자들은 공상허언증(空想虛言症)으로 진단했다.
공상허언증은 반복되는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믿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하지만 범죄 심리학자들은 “치밀한 계산에 따라 변명과 침묵으로 검찰 조사에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리학자들은 신씨의 거짓말을 “성격 장애자가 사회 규범이나 법을 우습게 생각하며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런저런 자기합리화 행태”로 풀이했다.
자기 합리화를 통해 거짓말의 죄책감이 사라지고 오히려 떳떳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같은 거짓말의 원인이 철저하게 짜맞춘 인생 설계도가 가짜학위 적발에서부터 게이트로까지 확대되면서 어느 하나를 인정하는 순간 인생 전체가 날아간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설령 이번 사건의 본질이 정신적 결함이라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범죄의 본질도 논해보아야 한다.
전국책(戰國策) 위책(魏策)에는 위나라 혜왕(惠王)과 그의 대신 방총이 나눈 대화가 실려 있다. 방총은 태자를 수행하고 조(趙)나라로 가게 되었다.
그는 자기가 없는 사이에 자신을 중상하는 사람이 나타나게 될 것을 우려하여 위 혜왕에게 몇 마디 아뢰게 된다.
만약 어떤이가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말을 한다면 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라고 묻자, 위 혜왕은 그걸 누가 믿겠는가? 라고 하였다. 방총이 다시 다른 사람이 또 와서 같은 말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고 묻자 왕은 그렇다면 반신반의하게 될 것이네. 라고 대답하였다. 다시 방총이 세 사람째 와서 똑같은 말을 한다면 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라고 하자 왕은 곧 과인은 그것을 믿겠네라고 하였다. 이에 방총은 시장에 호랑이가 없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으로 되어 버립니다(三人言而成虎)라고 말하면서 그는 자신을 중상모략하는 자들의 말을 듣지 않기를 청하였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이 말은 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들이 말하게 되면 진실처럼 들리게 되어 버린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사건의 진실은 가려질 것이지만 그것은 법적인 영역에서 그렇다. 하지만 이 사건이 밝혀지더라도 이번 충격에서 우리 국민들은 오랫동안 정신적인 패닉을 앓게될 것이 분명하다.
심리학 그 자체가 학설에 기반을 둔 만큼 진실이 누군가에 평가되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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