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세러모니’ 이동국 “3년 전 박지성 떠올랐다”
‘산책 세러모니’ 이동국 “3년 전 박지성 떠올랐다”
日 우라와와 AFC 챔스 F조 3차전 1골 2도움… 3-1 역전승
  • 뉴시스
  • 승인 2013.04.0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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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3차전 전북현대 대 우라와 레즈 전에서 전북 이동국이 역전골을 터뜨린 후 우리와 레즈 서포터스 앞으로 질주하고 있다.
“(울트라 닛폰에게 산책 세러모니를 선보인) 박지성이 생각났다.”
눈부신 활약으로 우라와 레즈(일본)전 역전승을 이끈 이동국(34·전북 현대)이 박지성(32·퀸즈파크레인저스)의 ‘산책 세러모니’를 선보인 특별한 이유를 밝혔다.
이동국은 지난 3일 일본 사이타마현의 사이타마 2002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라와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3차전 원정경기에서 1골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클럽간의 대결이었지만 ‘한일전’을 대하는 양 팀의 마음가짐은 특별했다. 경기 전부터 ‘필승’ 의지를 다지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팬들 간의 자존심 대결도 만만치 않았다. 열렬한 응원을 보내며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도를 넘은 우라와 홈팬들의 몰상식한 행위는 결국 경기 외적으로도 명승부가 될 수 있었던 이날 승부에 ‘옥에 티’를 낳고 말았다.
우라와 팬들은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를 들고 경기장에 등장했다. 이는 경기 전날 전북과 우라와가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욱일승천기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하기로 했던 기존 협의 내용에 반하는 것이었다.
전북 관계자는 “경기 중에 욱일승천기를 든 팬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우라와 관계자들에게 증거 자료로 제시를 했다.”며 “우라와 측에서는 욱일승천기를 든 관중에게 주의와 경고를 줬다고 해명을 했지만 경기 중 곳곳에서 욱일승천기가 보여 우리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우라와 팬들의 비매너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70여 명의 전북 원정 응원단에게 물을 뿌리고 욕설을 퍼부으며 경기 관전을 방해했다.
다행히 원정 응원단 지역에 이중 바리케이트와 보안 요원들이 배치돼 있어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는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우라와의 텃세에 전북도 경기 초반 힘든 경기를 펼쳤다. 전반 6분 하라구치 겐키에게 선제골을 허용해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
간신히 추가골을 내주지 않고 전반전을 마친 전북은 후반 들어 대반격에 나섰다. 파비오 감독대행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수비수 알렉스 윌킨슨을 빼고 이동국을 투입해 공격진 숫자를 늘렸다.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이동국은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가 투입되며 전북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동국은 후반 6분 이승기의 동점골을 도운데 이어 후반 19분에는 직접 역전 헤딩골을 터뜨렸다. 그의 골이 터지자 경기 전부터 경기장이 떠나갈 듯 응원을 하던 우라와 팬들은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그는 득점 직후 우라와 골문 뒤쪽으로 향했다. 그리그 밀집해 있는 우라와 서포터즈들을 응시하며 운동장을 질주했다.
이동국의 골 세러모니를 지켜보던 우라와 팬들은 야유를 퍼부었지만 전북은 후반 25분 에닝요가 기습적인 중거리 슛까지 골로 연결시키며 3-1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를 마친 후 이동국은 자신의 골 세러모니에 대한 비밀을 털어놨다. 그는 3년 전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산책 세러모니’로 일본 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박지성을 떠올렸다.
박지성은 2010년 5월 2010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한일전에서 전반 6분만에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뒤 일본 팬들이 가득 찬 관중석을 보며 질주하는 ‘산책 세러모니’를 펼쳐 한국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당시 박지성은 “경기전 선수소개 때 야유를 퍼부은 울트라 닛폰에게 보내는 세러모니였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날 이동국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가 골을 넣자 갑자기 경기장 안이 조용해졌다. 뭔가 잘못된 줄 알았다.”며 “그 순간 박지성이 3년 전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세러모니를 한 것이 생각이 났다. 나를 지켜보고 있는 일본 관중들에게 (나의 존재를)알려주고 싶었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검지를 입술에 대는 것은)경고를 받을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대을 안방으로 불러들인 우라와는 2만2000여 명의 팬들을 등에 업고 경기를 펼쳤다. 전북은 경기장 내 11명의 상대 선수들뿐만 아니라 우라와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과도 맞서 싸워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팀은 전북이었다. 모든 역경을 딛고 이날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욱일승천기를 흔들며 흥분했던 우라와 팬들은 ‘라이언킹’ 이동국의 맹활약 앞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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