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개성공단까지 중단하는 북한
[충일논단] 개성공단까지 중단하는 북한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3.04.1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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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협력의 상징사업인 개성공단을 잠정 중단해 경제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남측 일부에서 개성공단 사업을 북한의 ‘돈줄’, ‘인질’이라고 하자 북한은 “존엄을 모독하는 참을 수 없는 악담”이라고 주장하면서 근로자들을 철수시켰다.
북한은 남측근로자를 인질로 잡을 수 있는 ‘나쁜 정권’이라는 주장에 반발하며 존엄문제를 들고 나왔다. 북한이 말하는 존엄은 정권과 체제의 자존심에 관한 것이다. 북한은 굶어죽어도 자주권과 존엄을 지켜야 한다는 내부 논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존엄을 내세우고 경제적 실리를 포기했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이 누리는 경제적 이득 이외에도 상징적 효과가 큰 사업이다. 개성공단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노동을 결합한 공동번영의 경협사업이자 전쟁을 억지하는 평화사업이다.
개성공단의 지속여부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평화지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남과 북이 개성공단 사업을 지속하는 동안에는 적어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북한의 말로 하는 위협에 동요하지 않던 금융시장이 개성공단 차단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경고한 이후 증시의 외국자본 일부가 빠져나갔다.
2004년 2월 개성공단에서 첫 생산을 시작한 이후 지난 9년여 동안 북한의 핵실험, 연평도 포격 등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중단되지 않았다.
남과 북 모두 개성공단이 갖는 경제적 가치 이상의 효과들을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유지된 것은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셈법이 객관화됐기 때문이다.
남측은 한계에 도달한 중소기업의 활로와 고용창출,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목적이 있고, 북측은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남측기업에 내주고 연간 90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경제적 이득과 함께 전쟁억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북한은 남측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 머무는 동안은 한미가 전쟁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남과 북의 개성공단에 대한 주관적 생각은 다를 지라도 사업을 지속하면서 나타난 객관적 현실은 남과 북 어느 측도 먼저 전면폐쇄를 주장하기 어려운 남북공유의 평화협력의 완충지역으로 발전해 왔다.
유엔의 제재와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맞서 북한이 미국과의 전면대결전을, 남측에는 전시상태를 선포하고 한반도에서의 전쟁분위기를 고취하고 있다.
북한은 평양 주재 외교단을 대상으로 철수 권고를 한데 이어 남측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사전 대피 및 소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한반도 상황이 전쟁 직전의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한반도에 있는 외국인들의 철수를 요구하는 일종의 심리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이 펴고 있는 위기조성전술은 말로 하는 단계에서 행동으로 하는 단계로 넘어왔다. 정전협정 백지화와 불가침 합의 파기 이후 한미 양국이 이를 무시하고 강력한 무력시위로 맞서자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영변 발전시설의 재가동을 선언했다.
남측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개성공단 잠정중단이란 조치를 취했다.
북한은 무력도발을 할 수 없는 조건에서 미국에 대해서는 핵 무기고를 늘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남측에 대해선 남북관계를 전면차단하고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주면서 경제에 충격을 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남은 카드는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4차 핵실험 등이 있다. 남은 카드를 사용할 경우 군사적 충돌이나 추가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개성공단의 문을 열기 위해서 1001마리의 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허물었다. 정 회장은 ‘소떼 퍼포먼스’를 통해서 인간이 소보다 더 미련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개성공단까지 도발에 이용하고 있는 북한의 생떼를 보면 기막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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