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역사교육과 치욕의 굴레
[충일논단] 역사교육과 치욕의 굴레
  • 박해용 부국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3.07.1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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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방으로 시작된 일제침탈과정에 이은 한국독립과 남북분단, 그리고 이어진 6·25전쟁을 거치는 일련의 과정이 동북아 30년전쟁의 굴곡진 역사를 드러내고 있다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말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우리 역사를 잘못 인식하고 있나 하는 반성부터 하게 된다.
남북분단의 원인이 이데올로기 갈등으로부터 시작됐다면 이 비극의 시작 역시 일본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어느 역사학자의 시각은 말 그대로 주장이며 학설이고 관점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우리 질곡의 역사를 들여다보려 하는 노력없이는 우리가 어디로부터 왔으며 또 어느 것으로 나아갈 지를 알 수 없게 된다. 달리 말하면 정체성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얼마전 어느 기관이 학생들에게서 한국전쟁을 물은 결과 많은 학생들이 6·25전쟁을 북침으로 알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기성세대들이 역사교육 부재에 대한 심각한 반성을 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사 과목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수과목으로 반영하면 좋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앞서 지난 3일에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정부와의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국사를 수능필수과목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당연히 학생들 입장에서는 필수과목이 한 과목 더 늘어나므로 부담이 커지겠지만,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한국사를 필수과목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언론사 논설실장ㆍ해설실장과 오찬을 함께 하며 역사교육에 관한 질문을 받자 “역사는 그 나라 국민의 혼과 같은 것인데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시민으로 자란다면 혼이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어떤 평가기준이 돼야 공부를 하지, 평가기준에서 빠져 있으면 다른 것 하기도 바빠서 안 하게 된다.”며 “수능으로 딱 들어가면 깨끗하게 끝나는 일”이라고 말하고 “학계, 교육계와 의논해서 점진적으로 이를 평가에 반영시키겠다.”고 밝혔다.
굳이 대통령의 역사의식이라 해서 이를 우리 사회가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교육과정에 삽입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보다 앞서 우리 사회가 그동안 정체성을 살리는 노력을 얼마나 해 왔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지를 이제라도 반성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역사교육의 필수문제는 반드시 대학입학을 위한 기준의 하나로 필수과목에 편성해야 하는 문제와는 별개다.
그동안 한국사는 수능 사회탐구 영역이 통합교과형 출제에서 과목별 출제로 옮겨진 2005학년도 수능부터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 그해 46.9%에 이르던 문과생의 국사과목 선택 비율(전체의 27.7%)이 해가 갈수록 떨어져 지난해 치러진 2013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사를 선택한 문과 응시자가 12.8%(전체 7.1%)에 불과했다.
전체 고등학생의 7% 정도만이 한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대학별로는 서울대학교만이 국사 선택을 필수로 하고 있다. 역사교육이 약화하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사이 주변국의 역사 왜곡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 일본은 교과서 왜곡과 독도 도발 등으로 역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편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상당수 우리 청소년들은 한국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 혼동하고, 전쟁 발발 연도조차 모르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외세의 침략을 숱하게 겪고 일제 강점과 동란까지 치른 국가에서 역사교육이 이처럼 소홀해도 되는지 우려된다.
때문에 역사교육을 이렇게 강제조항으로 규정해 강제적인 방식으로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것도 인식의 오류라 여겨진다. 그렇지않고도 반드시 공부를 하되 자유로운 관심과 지식의 습득과 함께 국민적 정체성을 키우는 방법도 많을 것이다.
청소년들의 역사교육을 강화한다 하면서 이를 수능필수과목으로 지정하려 하는 획일적인 방법도 충분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리 현실에서 대학입시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를 수능에 반영하는 것이이고 국어, 영어, 수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사 과목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다.
최근 교육부가 한국사교육 강화 방안의 하나로 현재 고등학교에서 실시 중인 집중이수제에서 한국사 과목을 사실상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옳은 일이다. 현 교육과정에서 원칙적으로 전 과목이 선택과목이지만 2012년부터 한국사는 예외로 필수로 배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고등학교에서 집중이수제를 활용해 한국사를 한 학기에 몰아서 수업하고 있어 고조선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을 모두 가르치고 소화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으로 2개 학기에 걸쳐 차근차근히 배우게 되면 학습효과가 높아질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한국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교과서 위주의 주입식 수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교수법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국가의 미래가 보장된다. 때문에 역사인식과 교육도 정부가 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국민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큰 목표아래 필수화시키되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분야의 방법론들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치욕의 굴레에 대한 바른 인식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세계관도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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