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승용 칼럼] 청소년 정책과 가정
[엄승용 칼럼] 청소년 정책과 가정
  • 엄승용 사단법인 문화자원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13.08.0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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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고령화 저출산 시대를 맞이하면서 청소년의 문제는 더욱 중요해졌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상대적으로 방대한 고령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세대이다. 이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해야 국가의 미래가 밝아진다.
국가의 존속과 발전은 국민 개개인의 가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사회화와 인적자본 축적이 집중적으로 청소년기에 이루어진다. 정부가 청소년기본법, 청소년보호법, 청소년복지에 관한 법 등 청소년에 관련된 여러 가지의 법령을 갖추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청소년 정책의 중요성을 반영한 결과이다.
청소년 문제를 대할 때마다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2001년 개봉된 트래픽(traffic)이란 미국영화이다. 영화 트래픽은 마약 밀거래를 의미하는 은어로서 미국의 오하이오주, 캘리포니아주, 그리고 멕시코에서 벌어지는 서로 독립적인 이야기들을 하나의 주제의식으로 묶어나간 작품이다. 이 영화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사회적 악으로부터 우리 청소년을 지키는 최후의 요새는 가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영화 트래픽은 미국과 멕시코 사회 구석구석 뿌리 깊게 퍼져있는 마약의 실태를 다큐멘터리처럼 묘사하면서 세 지역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무대는 오하이오주. 대법원 판사 로버트는 대통령의 마약퇴치 정책을 총괄하는 마약단속 부서의 책임자로 발탁된다. 그러나 그가 애지중지 하던 외동딸이 마약에 중독되어 정신과 육체가 망가져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막강한 연방정부의 공권력 지휘자인 로버트 판사도 아버지로서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 캘리포니아의 풍족한 가정 주부였던 헬레나는 건축사업을 하던 남편이 어느 날 경찰에 구속되었고, 그제야 남편이 마약거래 조직의 두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녀는 풍족한 삶을 지키기 위해 범죄자의 길을 택한다. 마약범 남편을 구하기 위해 마약조직과 손을 잡고 남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줄 사람들을 제거한다. 남편은 석방되지만 형사의 집요한 감시를 벗어나지 못한다.
세 번째로 멕시코 경찰조직의 마약단속 부서에서 고군분투하는 하비에르 형사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마약조직에 의해 동료와 함께 납치되어 동료만 살해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그 후 그는 마약과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았던 상관이 신흥마약조직과 거래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비에르 형사는 당국에게 상관의 비리를 고발하는 대가로 청소년들이 야간에도 뛰어놀 수 있도록 조명 시설을 갖춘 운동장을 지어달라고 요구한다. 밤에도 밝은 조명 아래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해야 어둠속 마약의 손아귀에 걸려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메시지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 얻는다. 로버트 판사가 마약퇴치 정책의 성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도중 회견장을 떠난다. 카메라는 장시간 그가 걸어가는 모습을 담는다. 출세 가도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직에서 홀연히 떠나 아버지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그가 들른 곳은 마약중독자 감호소에서 회복과정에 있는 딸의 곁이었다. 강력한 공권력마저 무릎을 꿇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한낱 남은 희망은 사랑으로 충만한 가정이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에 관한 법률들도 대부분 가정의 의무를 선언하고 있다. 청소년기본법도 ‘가정은 청소년 육성에 관하여 1차적인 책임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강하고 사랑으로 충만한 가정은 우리 사회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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