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호모 사이언티피쿠스’를 만드는 자연사박물관
[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호모 사이언티피쿠스’를 만드는 자연사박물관
  • 한숭동 前 대덕대 총장·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 승인 2013.08.2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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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은 자연사의 전 분야에 대한 자료를 다루는 곳이다. 일반 박물관이 역사·예술·민속 등 고고학 자료를 중심으로 수집·보관·진열한다면, 자연사박물관은 자연계를 구성하는 자료를 중심으로 자연교육의 입장에서 다루는 박물관이다.
미국 워싱턴, 런던, 파리 등에 있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자연사 연구 자료의 보물섬이다.
뉴욕 자연사박물관은 1887년에 개관한 세계 최고수준 박물관이다. 광석, 생물, 우주, 고대문명, 문화를 총망라한 전시품의 규모와 수준이 압도적이다. 요즘에는 전시 품목에 대한 설명을 돕는 다양한 IT기술이 결합해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국립자연사박물관 하나 없는 유일한 나라다.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열망한 지도 2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는 국민과 학계의 간청을 외면하고 건립을 미뤄왔다.
MB 정부에서도 역사박물관 등에 밀려 또 미뤄졌다. 현재 세종시에 건립하기로 계획만 서 있다.
자연사박물관은 그 나라의 자연과 생태계를 연구하고 미래세대에 영원히 물려줄 국가 문화유산과도 같은 존재다.
일반 자연사박물관은 미국엔 1000여 곳, 영국·프랑스·독일 등에 각각 300~600여 곳, 이웃 일본에도 150곳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고작 10여 곳에 불과하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사박물관이다. 故이기석박사 한 분의 집념으로, 쉽지 않은 자연사라는 분야를 개척해 만들어낸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다.
수집과 전시는 사적으로 시작했지만, 이미 공개된 전시물들은 우리 모두의 공공적 재산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이 박물관이 공개하고 있는 전시물은 전체 소장 자료중 단 5%에 불과하다. 보관중인 수집자료 모두가 공개될 수 있도록 대전·충청지역은 물론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현재 대전보건대학교 문화재과 조한희 교수가 제2대 관장으로 박물관의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교육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계룡산 자체의 빼어난 자연경관이 박물관과 어우러지며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 등이 다채롭게 꾸며져 있다.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42) 버지니아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젊은 천재 공학자’로 꼽힌다. 미국 과학 잡지 ‘포퓰러 사이언스’가 선정한 ‘과학계를 뒤흔든 젊은 천재 10명’ 가운데 한 명이다.
홍 교수는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도 개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연사박물관에서 사슴의 다리 관절이 이중으로 돼 있다는 설명을 보고, 로봇에 이중 관절을 도입했다고 한다.
영화 ‘아바타’에는 지구가 아닌 다른 공간의 진귀한 광물과 희한한 동·식물, 하늘을 나는 나비 족들이 등장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어릴 때 온타리오 자연사박물관에 드나들면서 이러한 창작소재의 실마리를 얻었다.
헬렌 켈러는 53세의 나이에 쓴 수필집 <단 사흘만 앞을 볼 수 있다면>에서 둘째 날엔 자연사박물관에 가서 과거 자연과 인류가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지 보고 싶다고 토로했다.
호기심을 성공으로 바꾼 스티브 잡스도 신제품을 고안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자 할 땐 언제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았다.
스티브 잡스나 홍 교수, 제임스 캐머런과 같은 인재를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즉, 탐구하는 인간’이라 부른다.
자연사박물관에 가면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의 모든 생명체까지 세계관이 확장된다.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교육하기 위해,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곳이다.
학문 간의 경계 파괴와 함께 시간의 경계를 넘는 것도 올해부터 정부가 교육에 도입하려는 융합교육(STEAM)의 일환이다.
국가와 지역관련 기관들이 함께 비영리 법인화한 사립박물관에 지원을 확대해 박물관의 역할을 높여야 할 때다.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창조력, 지적 호기심과 감성을 키워주려면 교실 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의성은 책상머리에서 가 아니라, 계룡산자연사박물관과 같은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데서 나온다.
대전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 대전의 미래 창조학교가 될 ‘애플스쿨(Apple school)’은 이런 박물관이 곧 아이들의 교실이고 실험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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